동행 284화 미리보기
스무 살 가장 관이의 다짐
동행 후원 문의 1588-7797
# 부모를 대신해 남매를 품에 안은 할머니
강원도 고성군.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배기
작은 집에는 여든을 넘긴 할머니와
스무 살 손자 관이, 열여섯 손녀 보현이 까지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집나간 엄마를
대신해 관이가 일곱 살, 보현이가 네 살 무렵부터
남매를 키워온 할머니. 칠순이 넘도록 아이들을
키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고성과 속초를 오가며
생선을 팔았다. 하지만 3년 전, 허리 수술을
하면서부터 더 이상 무거운 짐을 나르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지고만 할머니. 게다가 50년
넘게 할머니의 손 떼가 묻은 이 집은 몇 년 전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세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대학을 입학한
관이와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들어갈 보현이.
두 손주들을 생각하면 할머니는 하루도 맘 편히
쉴 수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손주들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오늘도 공공근로에 나가 쓰레기나
꽁초를 주우며 악착같이 하루를 보낸다.
# 아픈 아빠와 동생을 책임지고픈 스무 살 관이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부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조현병이 생긴 아빠. 짧게는 3개월,
길면 6개월에 한 번씩 집과 병원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픈 아빠의
폭력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자라야했던 관이.
아빠를 떠올리면 미운 기억으로 가득하지만,
건강했던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내
안쓰러움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또한 관이에게 늘 마음 아프고 걱정스러운
또 한 사람, 다름 아닌 네 살 터울의 하나뿐인
여동생 보현이다. 오빠 눈에는 그저 순수하고
해맑은 동생이지만, 자폐라는 병을 앓고 있는
보현이. 아빠를 대신해 일찍부터 생계전선에
뛰어든 탓에 동생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게 늘 미안하기만 하다. 또한 내년이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는 상황.
아빠가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남겨질 동생과
할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눈앞이 깜깜해질 때가
있다.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들이
모두 상처받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관이의 고민이 깊어간다.
# 관이의 바다
할머니에게도 동생 보현이에게도 누구보다
듬직하고 씩씩한 존재, 관이는 스무 살
가장이다. 이제는 연로한 할머니를 대신해
스스로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관이. 낮에는
부둣가에 나가 생선을 나르기도 하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나가면서 틈틈이
학교 수업도 빼놓지 않는다는데...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하는 법 없이 늘 가족을 먼저
챙기고 생각하는 관이. 하지만 관이에게도
때때로 지금같이 밀물처럼 한꺼번에 걱정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관이가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집 앞에 위치한 바닷가. 물끄러미
바다를 보고 있으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비록
남들보다 벅차고 어두운 과거일지라도,
주저하기보다는 발판 삼아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관이는 다짐한다.
방송일시 : 2020년 11월 28일(토) 18:00~18:55
책임 프로듀서 : 정택수 / 프로듀서 : 김석희
/ 제작 : 타임 프로덕션
연출 : 김경민 / 글. 구성 : 남희령 /
조연출 : 민경빈 / 서브작가 : 문세리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