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485편 미리보기 


봄과 한 뼘 사이


봄으로 가는 길목, 우리는 그 사이에 있다.

살랑살랑 바람 불기 시작하면,

마음 속 떨림 안고 그대에게로 향한다.

활짝 핀 꽃보다 아름다운 아낙네들의 봄 소리,

작은 섬마을 굴 캐는 어머니와 고양이들의 봄 맛,

바다가 보이는 산밭 쑥 캐는 노부부의 봄 향기,

저마다 다르게 맞이하는 봄의 풍경을 찾아 떠난다.


1부. 봄님은 어디까지 오셨나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은

땅이 넓고, 바다와 산이 함께 있기에 풍요가 발달했다.

오근선, 마승미 씨 부부는 해남의 북일면에서

풍요를 노래하며 22년 째 녹차 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아줌마의 가슴에도 봄이 왔는데~”


따스한 햇살에 매화가 피고, 차밭의 잎눈도 

눈을 뜨기 시작한다.

부부는 마당에서 솥을 꺼내고, 찻잎을 덖는다.

봄바람을 타고 온 향기에 마음마저 살랑살랑.

흥 많은 아내의 가락에 남편의 추임새가 더해지면

어느새 자연 속에 부부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달마고도 한 바퀴 돌고 옵시다!”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달마산과

다도해 절경이 어우러진 달마고도.

오근선, 마승미 씨 부부는 봄나들이를 떠난다.

미황사에서 달마고도 길을 만든 금강스님을 만나고,

지게에 물통을 이고 도솔암으로 가던

 윤보현 씨를 만난다.

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참말로 봄에는 다 지져 먹고

오만 것 다 맛있지~”


달마고도로 가는 길에 위치한 덕흥마을은

자연석 돌로 쌓은 돌담길이

 소박하게 아름다운 곳이다.

강준호, 정선자 씨 부부는 8년 째 

자연농법 도라지를 재배하고 있다.

마을 돌담길을 돌아다니며 

언니들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한 명씩, 한 명씩 장비를 챙겨 밭으로 향한다.

 밭일 후에 먹는 도라지와 

홍화 부침개 맛이 일품이라고.

해남 달마고도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봄님을 만나러 떠나보자.





2부. 고양이는 봄이로다


신안 지도읍에서 배로 30분 거리의 병풍도.

어미섬인 병풍도부터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까지

물이 빠지면 노두(징검다리) 길로 하나가 된다.

길이 총 14km로, 섬과 섬을 잇는 길 가운데 가장 길다.


읍내 장날이면 섬마을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저마다 콩나물이며, 돼지고기며, 

두 손 가득 지고 가는데,

한 대 뿐이 없는 마을버스 기사 조영범 씨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6년 째 

주민들의 다리가 되어 주고 있다.


“고양이가 어디 갔다가 오면

이렇게 마중 나온다오~”


섬의 모양이 기묘한 점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대기점도.

21가구가 오붓하게 살고 있는 이 섬에서

더 묘(猫)한 것이 있으니 사람보다 많은 고양이들!

고양이들과 동고동락 한 지 30년이 넘었다.


장날에 다녀온 오금임 할머니가

고양이들을 위해 특별한 식사를 준비한다.

마당에 모닥불 피우고, 

귀한 장어 한 마리 굽기 시작하면,

고양이들은 물론, 할아버지까지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나온다.


“우리 섬마을에는 이것이 보물이여~”


봄을 맞이하여 오금임 할머니 삼총사는

양파밭에서 냉이를 캐고, 갯벌에서 굴을 캔다.

마을의 대장금이라 불리는 어머님의 손맛 첨가하면, 

냉이 굴 무침과 낙지 연포탕은 바다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 재미로 살아요.

농사지어 놓고, 먹는 재미로!”


봄날을 더 따스하게, 더 고소하게, 더 재미나게

보내고 싶다면, 이들처럼!


3부. 당신도 봄꿈을 꾸나요


순창의 주월(舟月) 마을은 달을 담은 배라는 뜻으로,

순창과 남원을 나누는 풍악산 위로 달이 뜨면,

산의 능선 모양이 배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월 마을에 1개의 집, 5가구가 사는 공유주택이 있다.

4년 전 집을 짓고, 두 아들과 정착한 이인선 씨 부부.

가족은 매일 아침 풍악산으로,

 동계천으로, 산책을 나선다.

왜 꽃이 피는지 궁금한 아이들의 자연학교.

일일 선생님을 맡은 부부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봄이야, 라고 알려주려고.

겨울이 끝났어, 라고 이야기해 주는 거야.”


마트도, 카페도 없는 산골 마을에

 청년 삼총사가 뭉쳤다.

삼총사는 인선 씨와 인연을 맺고, 

공유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닭 집을 직접 만들지만, 정작 닭들은 

고양이 집에 알을 놓는다.

일명 미니어쳐 밭에서는 푸성귀 한 줌이 전부다.


“모두의 숲이에요.

아무나 와서 즐기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조금은 어설픈 청춘들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추운 겨울에는 못 했던 나무 가지치기부터

밭에 비료를 뿌리고, 땅을 만지고, 길을 다듬는다.

남들이 봤을 때 느리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천천히 가련다.


“잘 쳐야 맛이겠니?

재밌어서 하는 거지~”


주월 마을 가장 큰 행사인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동네에 청년들이 없어서 2년 동안

 멈췄던 행사가 다시 부활했다.

이장님도 인정한 인선 씨 부부의 사물놀이 솜씨에

마을 어머님들은 그간 감춰왔던 흥을 뽐낸다.

달집을 태우며 청년들과 주민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4부. 섬이 키우고 바람이 거들고


진도군 팽목항에서 30여 분 거리의 하조도.

4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아담하게 사는 섬에

평생 섬을 떠난 적 없는 

이만례, 박월채 부부가 살고 있다.

바닷바람 타고 불어오는 쑥 냄새가 봄을 알리고,

부부와 이웃 친구들은 다 함께 쑥을 캐러 간다.


“쑥 냄새가 징하게 나요.”

“징하게 나냐? 나는 맛있게 나는데!”


향기 가득 쑥버무리는 하조도의 봄을 버무린 셈!

맛있게 만든 쑥버무리를 가지고

 오늘도 부부는 드라이브를 떠난다.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할머니의

 마음이 탁~ 풀린다는데.

부부가 평생 섬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마다 먹어도 맛있다잉~”


9년 전 사업의 실패로 귀향한 김인순 씨의 곁으로

전복 사업을 하겠다고 아들이 돌아왔다.

전복 출하가 한창인 약산도, 

아들과 함께한 봄은 더욱 활기차다.


“우리 염소 봄 돼서, 새 풀도 나와서,

잘~ 먹는구먼!”


방목으로 키우는 200마리의 염소들,

겨울동안 지내던 축사에서 벗어나, 들판으로 나섰다.

그런데, 염소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섬마을 해안 절벽에서 염소 찾아 삼만 리,

과연 염소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5부. 꽃보다 아름다운


거제도 섬 속의 섬 내도(內島)는

몽돌해변과 동백나무 꽃들의 경치가 수려하여

거제 8경에 포함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동백꽃 피고, 군소가 커지면,

봄이 온다는 증거죠!”


주민이 10명뿐인 작은 섬, 내도 마을에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사람이 있다?!

직장 생활을 은퇴하고 3년 전,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홀로 귀향한 김병수 씨.

병수 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배운 

맨손어업으로 고기를 잡는다.

봄 바다로 들어간 그의 손에 무엇이 잡힐까.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곳이에요.

힘이 넘치고, 삶의 터전이잖아요, 여기가~”


봄이 되면 거제도 하청면 칠천도 앞바다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내쉬는

 숨비 소리로 가득하다.

해삼이 가장 많이 나는 철이기 때문인데,

40년 넘게 물질을 해온 베테랑 해녀 이순덕 씨에게

바다는 괴롭지만 또 즐거운 평생직장인 셈!


“해삼이 조금씩 나는 것 보면,

봄이 와요!”


순덕 씨의 배 안에는 막내 삼인방이 있다!

이혜정, 김숙, 조무견 씨 삼인방은

작업 잘하고, 착하고, 예쁘기까지 하다는데.

바다 속,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방송일시 : 2019년 3월 11일(월) ~ 3월 15일(금)


기 획 : 김민

촬영 : 오정옥

구성 : 김경희

연출 : 정원용


(㈜ 프로덕션 미디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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