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32편 미리보기

 

강원 산골 표류기

 

숨어들기 딱 좋은 시절, 숨어들기 딱 좋은 계절.

오지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 심심산골에서

표류하듯 갇혀버린 데도 좋으니,

한번은 그리 살아 보고 싶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설원에 갇히고,

말갛게 얼어붙은 빙판에 갇히고,

 

세상과 소통하기 두려운 내 마음에 갇히고.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표류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들을 만나러 떠나는 오지 기행.

강원 산골 표류기.

 

 

1부. 그 산에 왕국이 있다

01월 24일 (월) 밤 9시 30분

 

눈 오는 날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 맛집이라는

강원도 평창. 눈바람을 헤치고 간 산길 끝에는

박장식 씨가 가꿔놓은 왕국이 있다. 오늘은

이곳으로 특별한 손님들을 초대했다는데.

 

그가 이 산중의 삶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7년 전

장식 씨에게 있어서 집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지였다. 달력의 빨간 날만을 기다리며

배낭 방랑객의 길을 걷던 장식 씨. 겨울이면

눈의 왕국이 되고, 여름이면 빽빽한 나무들의

행렬로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창 산골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전 세계를 둥둥 떠다니던 그에게 이 산속은

하루쯤 세상일은 나 몰라라 눈 감아도 된다며

위로해주던 곳이었다. 그렇게 세컨하우스로

지내던 이곳에서의 하루가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던 장식씨는 이 산중 왕국을 평생

여행지 삼아 머물기로 맘먹었다.

 

세상을 누비던 여행자에서 이제는 사람과의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는 장식 씨.

 

오늘은 독일인 셰프 다리오와

핀란드 친구 빌레에게 진정한 산골표류의

맛을 느끼게 해주겠단다.

산 중에서 맛보는 특별한 닭 요리부터 장식 씨와

빌레가 만든 둘도 없는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까지.

한겨울 이곳에서 함께 느끼는 열기와 후끈거림은

세상 그 어떤 외로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세 남자가 만들어가는 겨울 산골 표류기.

그들의 낭만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부. 눈 떠보니 구룡령

01월 25일 (화) 밤 9시 30분

 

강원도 양양, 넘실거리는 도시 속 파도에 휩쓸려

해발 650m의 구룡령 정상까지 도망치듯

귀촌했다는 나윤호 김슬기 부부.

이유 없는 불안으로 밤낮을 설쳤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이곳에서 둘만의

낭만 고립을 즐기고 있다.

미대 졸업 후 도시에서 정처 없이 허우적거리길

10년. 일과 집의 굴레에 갇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시간도 없었던 일상은 그들에게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어 떠난 것이 제주 여행.

떠나고 보니 지금 내게 가진 것들이

중요치 않게 느껴졌다. 눈비 막아줄 집과

그 옆에 내 손 잡아줄 이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더 늦장 부리면 없을 것 같은 미래를 위해

부부는 오랜 꿈을 도화지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터 잡고 집 짓기를 4개월.

그야말로 눈 떠보니 구룡령 행.

 

당찬 포부로 이 산속으로 들어왔지만,

사실 몇 주 동안은 먹고 살 걱정에

남편 윤호 씨는 밤낮을 동동거렸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창밖으로

계절마다 보이는 자연의 변화들은

부부의 손에 잔뜩 쥐어져 있던 불안을

천천히 눈 녹듯이 녹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웃으며 삶의 재난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까지 생겼다.

 

도시보다 부족한 환경이지만 이제야 모든 걸

가졌다고 말하는 부부. 새하얀 도화지 같은

구룡령에서 둘만의 색깔로 새 인생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3부. 흙집에 살어리랏다

01월 26일 (수) 밤 9시 30분

 

강원도 정선, 자시만 되면 천상의 무릉도원이

열린다는 자개골 마을. 그 산골 흙집에서

13년전 부터 표류하고 있다는 부부가 있다.

 

산골 흙집 가는 길이면 콧바람이 절로 나온다는

승업 씨. 그에게 산골살이는 한 평생 꿈이었다.

직접 독학으로 흙집까지 짓고 나니 이제는

아궁이에 불 때는 일마저 승업 씨에겐

즐거움이다. 뿐인가, 달빛 스미는 천창에

가마솥 가득 끓인 약초물 반신욕까지. 요즘 그는

남들은 모를 산골 흙집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는 중이다.

 

그런 그가 초대 손님들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줄 고소하고 달달한

두부와 구수하고 쿰쿰한 청국장을 손수 만들어

내고, 가마솥엔 나물밥 익어가는 밥 냄새가

사람들의 입맛을 한껏 돋운다.

맛있는 음식 앞에선 음악이 빠질 수 없다.

갈고 닦았던 악기 실력을 뽐내보겠다는 부부.

아내의 젬베와 남편의 대금 연주가

산골에 쟁쟁하게 울려 퍼지면,

산골 흙집에서의 표류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4부. 나는 간헐적 자연인이다

01월 27일 (목) 밤 9시 30분

 

강원도 한 야산, 산에 죽고 사는 남자가 있다.

언젠가 이곳에 나만의 산중 궁궐을 짓겠다는

일념 하나로 인적도 없는 험난한 산속에

손수 산막까지 지었다는 이 남자.

문명과 차단된 이곳을 찾아 드는 순간만은

자연인으로 사는 꿈을 이룬 것만 같다는

그를 사람들은 간헐적 자연인이라 부른다.

30년 전, 사회의 성실한 일꾼으로 내 꿈은

안중에도 없이 가족을 위해 땀 흘리며 일했지만,

위기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바로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수건 한 장 들 힘도 없던 그가 마지막 힘을 내어

올랐던 것이 산이었다. 그리고 그날 발견한

산삼이 신기하게도 그를 살려냈다.

그것이 연이 되어 지금은 그 산에 고마움을

표하는 중이라고. 강가에서 죽어가는 나무들을

건져 쌓아 올린 것이 지금의 산막이다.

3년간 오가며 이 집에 애정을 듬뿍 준 덕에

산막은 이제 친구들과 정 나눌 수 있는

비밀 아지트가 됐다.

 

겨울이면 꽝꽝 언 강가에서 빙어를 잡아먹고

때로는 아이처럼 얼음 썰매 타다 엉덩방아 찧는

재미에 찬바람 쌩쌩 부는 강추위도 나 몰라라다.

산에서 나는 귀한 버섯들로 뜨끈한 차 대접까지

하고 나니 하루가 지루할 틈 없이 새롭다.

물도 전기도 없는 척박한 산골이지만 이곳은

정영 씨에게 매일 꿈만 같은 세상.

이제는 다가오는 봄을 맞아 산막 새 단장을

준비 중이라는데. 산과 함께 성장해가는

이 남자를 쫓다보면 우리도 어느새

간헐적 자연인이 된 것만 같다.

 

 

 

5부. 왜 여기냐 묻거든

01월 28일 (금) 밤 9시 30분

 

강원도 원주, 65년 된 촌집을 가꾸며

산골 마을에 적응 중이라는 권남미, 이길주 부부.

꿈꿔왔던 생활이지만, 아직은 동상이몽에 가깝다.

시골홀릭 아내와 오로지 농사밖에 모르는

일꾼 남편의 산중 이중생활을 파헤쳐본다.

차가워진 도시락을 뜨끈한 밥그릇으로

되돌려놓던 화목난로의 기적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남미 씨와 500평 대지의 주말농장을

홀로 오가며 농부의 꿈을 키웠던 길주 씨.

오늘은 두 사람의 유일무이한 같은 꿈,

산골의 촌집을 꾸미는 날이다.

로망만 가득한 부부의 좌충우돌 촌집

새 단장은 과연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까?

꿈은 다르지만, 이곳에 사는 이유만은 같다는

두 사람의 따로 또 같이 산골표류

로망 실현기를 쫓아가 보자.

 

강원도 삼척, 계곡을 따라 꾸불꾸불 미로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요란한 닭 소리가 마중 나와

있는 흙집 두 채가 나온다.

오늘 이 심심산중에 표류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 손님들이 떴다.

솥뚜껑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곱창과 삼겹살에

이어 부부가 준비한 식후 윷놀이 한마당까지.

차가워진 몸을 등 따시게 구들 장판에 지지다

보면 추운 줄도 모르고 하루가 금세 저물어버린다.

이 겨울 아이들에게 가장 따스했던 하루를

선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부부. 이것이

그들이 오늘도 산골에 표류하는 이유다.

 

방송일시 : 2022년 1월 24일(월) 1월 25일 1월 26일

1월 27일 1월 28일(금) 밤 9시 30분

 

기 획 : 정경란

촬 영 : 박주용

구 성 : 문은화

연 출 : 최은석

(㈜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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