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728회 미리보기

 

황소고집 한지장을 누가 말려

 

# 강원도의 마지막 한지장

 

1년 열두 달,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강원도 원주의 한지 공방.

강원도 무형문화재이자, 강원도의 마지막 한지장

장응열(71세) 씨의 일터다. 할아버지 대부터

전통 한지를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아내 김남은(66세) 씨와 처제, 딸 유나(39세) 씨와

사위 최영철(44세) 씨까지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산에서 닥나무를 베어와

8시간 찌고, 손으로 일일이 껍질을 벗겨

그늘에 말린 뒤, 다시 물에 불려 청태를

긁어내 잿물에 삶아 표백하고, 방망이로 두드려

만든 닥섬유를 식물의 뿌리를 으깨 만든 닥풀과

섞고, 대나무 발로 종이를 떠서 하룻밤 새

물을 뺀 뒤, 말리는 등 전통한지 한 장을

얻으려면 수고가 말도 못하다. 아흔아홉 번 손이

가야 백 번째에 종이를 쓸 수 있다 해

‘백지‘라고도 불리는 전통 한지. 선친의

노고를 보고 자란 응열 씨는 안 되겠다 싶어,

젊은 날, 전기기술을 배워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을 쳤다. 하지만, 그 사이 부친이

병환으로 돌아가시며 남긴 “가업을 이어

달라”는 유언 탓에 한지 일에 뛰어들었다.

뒤늦게 가업을 이은 만큼, 한지 제작에

더 엄격하고도 까다로운 응열 씨. 한지를 뜨다가

티 하나만 나와도 “황소눈깔만 하다!”,

닥나무 껍질이 반듯이 안 놓여 있어도 “떽!”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런 까닭에 식구들은

일터를 ’장응열 공화국‘이라 부른다.

 

https://www.mbn.co.kr/vod/programMain/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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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고집 남편 탓에 일복 터진 아내

 

결혼 전에는 남편의 옹고집을 눈치 채지 못했다는

아내 남은 씨. 서글서글한 인상에

매너 좋고, 한지 ’공장‘을 한다고 하니

밥 굶을 걱정은 없겠다 싶어 결혼했다. 하지만,

웬걸! 남편은 동기간 사랑 끔찍한 6남매 장남.

일주일에 한 번은 동생들을 불러 모아

밥을 해 먹이는 게 삶의 낙인 사람이었다.

그뿐이랴. 한지 공방은 새벽 3시면 일을

시작해 다시 달이 차오를 때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매일같이 십여 명의 인부들 밥하랴,

한지 일하랴. 남은 씨는 한창 바쁘던 시절엔

아침이 오지 않기를 수없이 바랐단다. 하지만,

나무가 종이가 되는 신비로운 과정을 보면서,

이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지 예찬론자가

됐다. 온종일 닥나무 껍질을 벗기다 보면,

눈과 허리, 어깨와 팔 등 아프지 않은 데가

한 곳 없으면서도 집까지 일을 갖고 와 밤을

지새운다. 그만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제야 기술도 늘고, 전통 한지의 맛과

멋도 알아가는 참인데 어느새 나이는 들고,

한지를 찾는 이들도 줄어 걱정이다.

 

 

# 빙판으로 변한 공방! 가족 대 한지장의 신경전

 

요 며칠 응열 씨네 가족들은 ’황지‘를 뜨고 있다.

황지는 오직 국산 닥나무와 천연 재료만

사용해 제작하는, 만들기도 구하기도 쉽지 않은

귀한 종이다. 대나무 발을 좌우로 힘차게

흔들어 질기고 튼튼한 섬유 결을 만드는 게

핵심. 한지장 응열 씨만이 만들 수 있다.

종이 한 장 당 3만5천원이 넘는 까닭에

종이 말리기 담당인 딸과 아내는 이때만 되면

적잖이 긴장한다. 그런데, 연이은 한파로 인해

안 그래도 낡은 공방의 업무 환경이 더 나빠지자

가족의 불만이 쏟아진다. 천장과 벽의 허술한

틈새에서 황소바람이 새어들고, 바닥과 종이 뜨는

수조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사위는 빙판이 된

공방에서 발을 헛디뎌 허리까지 다친 상황.

40년 전 돈사를 개축해 만들었다는

공방이니 열악한 것도 당연하다.

사실, 가족에게는 시에서 내준 쾌적한 건 물론,

규모까지 큰 한지공방이 따로 있다. 가족들이야

당장에라도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응열 씨의 고집 탓에 여태 낡은 공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40년 세월을 보낸 공방에 대한 응열 씨의

애정이 큰 까닭이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아내 남은 씨가 또다시 운을 뗐다.

“이런 데서는 더는 일 못해!” 결과는?

역시나다. “아예 사람도 바꾸지 그러냐!

일들이나 해!” 받아치는 응열 씨. 가족은

한지장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까?

 

2026년 2월 22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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