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723회 미리보기
연옥 여사의 자식은 애물이라
# 새벽 4시 반부터 시작되는 황혼의 육아 릴레이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새벽 4시 반.
전남 장흥의 염연옥(68세) 여사 집은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소리의 주범은 연옥 여사의 손주 삼남매.
눈 뜨면 뭐라도 입에 물고 있어야 하는
귀여운 먹보, 첫째 손주 정아라(6세)와
둘째가라면 서러운 개구쟁이 둘째 손주 정마루(4세),
“어부바”를 입에 달고 사는
막내 손주 정누리(2세). 새벽잠이 없는
손주들 탓에 연옥 여사의 하루도 새벽별과 함께
시작된 지 이미 오래다. 손주들은 일어나자마자
연옥 여사부터 찾는다. “할머니, 뭐 어딨어요?”
“할머니, 배고파요”
“할머니...” 팔자에도 없는 황혼의 육아가
시작된 건, 아들 내외 정종훈(46세) 씨와
소원(26세) 씨 때문. 처음부터 연옥 여사와
아들 내외가 함께 산 건 아니었다. 어부인
아들이 새벽같이 조업을 나가면서, 본가가 있는
강진과 어머니의 집이 있는 장흥을 오가며
손주들을 맡기다가, 아예 연옥 여사의 집에
눌러앉게 된 것이다. 덩달아 연옥 여사의
출근도 일러졌다. 새벽 6시, 아들 내외가
바다로 가면서, 연옥 여사와 삼남매 또한
장흥의 한 시장으로 출근한다. 연옥 여사는
시장에서 작은 건어물가게를 하고 있다. 허나,
가게인지 어린이집인지 헷갈릴 정도. 가게에는
트램펄린이며, 유아용 자전거, 각종 장난감과
아이들 옷까지 건어물보다 손주들 물품이 더
많다. 손주들이 가게를 휘젓는 동안,
연옥 여사는 밥을 짓고, 손주들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러다 잠깐 허리 한번
펴고 나면, 또 손주들 하원 시간.
손주 육아에 24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연옥 여사에겐 이런 전란이 또 없다.
https://www.mbn.co.kr/vod/programMain/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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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부가 된 아들과 왈가닥 며느리
강진 앞바다에서 문어와 낙지, 곰치와 돌게
등을 잡는 아들 종훈 씨. 실은 8년 차
귀어인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나갔지만 도시 살이가 쉽지만은 않던 차,
집안 어른의 권유로 귀향해 어업에 도전했다.
착하고 성실했지만 가진 게 많지 않아 결혼을
미루다가, 삼십대 후반, 한국에 살고 있던
베트남 처자를 반강제로 소개받았다. 웃는 모습이
예뻤던 순박한 여자였지만, 종훈 씨와는
무려 스무 살 차이. 안 되겠다 싶어,
이후 만남을 거절했지만 어린 아가씨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그녀가 바로
지금의 아내 소원(26세) 씨다. 나이는 한참
아래지만, 소원 씨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뱃멀미도 참고 어부가 됐을 만큼 강단 넘친다.
뿐만 아니다. 베트남 내륙에서 자라 생전
바닷물고기를 구경도 못해봤다는데 장어면 장어,
곰치면 곰치, 못하는 물고기 손질이 없다.
“오메~ 이게 뭐다냥~~” 전라도 사투리도
맛깔스럽게 구사하고, 시어머니 앞에서도 “나도
아기니까 크리스마스 선물해 줘요~”라고
농을 칠 만큼 당차다. 무엇보다 결혼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데, 시어머니인 연옥 여사 눈에
안 예쁠 수가 없다. 손주 삼남매뿐 아니라,
어린 며느리도 연옥 여사에게는 아기나
다름없다. 고달플 게 빤하지만, 손주 육아를
선뜻 돕겠다 한 것도 열심히 살아가는 며느리와
아들이 기특해서였다.
# 어머니가 처음 눈물 흘리던 날
연옥 여사는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고 있으면서도
자식에게 군소리 한번 안 했다. 아들 내외가
조업에 매진해 얼른 빚도 갚고, 안정적인 삶을
꾸리길 바라서였다. 그래서 육아 수고비도
십원 한 장 받지 않았다. 다만, 아들이 팔고 남은
생선과 게를 연옥 여사가 직접 반찬으로 만들어
팔아 용돈벌이를 해왔다. 하지만, 아들이
찬 바닷바람을 핑계로 조업을 뜸하게 나가거나
가져오는 생선 양이 적으면, 걱정 반 울화 반이
된다. “왜 요것밖에 안 되냐잉~”이라고
볼멘소리 해봐도, 장난처럼 되받아치며
천하태평인 아들. 이럴 때면, 자식이 꼭
애물만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손주가
단단히 탈이 나 응급실에 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식욕 넘치는 손주가 달라는 대로
음식을 더 내주었다가 장염에 걸린 것이다.
3년 전, 췌장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성인이 됐지만 자식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연옥 여사였다. 그래서
손주들을 더 잘 돌보려 한 건데, 결과는 연옥 여사의
의도와 마음과는 엇나가버렸다. 새해를
맞아 가족이 다 함께 돌아가신 아버지,
즉 연옥 여사의 남편을 만나러 간 날. 느닷없이
연옥 여사가 어린 손주를 끌어안고 한참을
말없이 눈물만 흘린다. 멈추지 않는 어머니의
울음. 울음의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연옥 여사의 육아는
이대로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방송일시: 2026년 1월 17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