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716회 미리보기
자유부인과 욕지도 섬돌이 이장
# 육지와 욕지도에서 나 혼자 산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50여 분을 달리면
닿게 되는 섬 ‘욕지도’. 한겨울에도 봄날처럼
따스해 귤농사를 지을 수 있고, 사철 푸르른 산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절경을 이룬다.
그 아름다운 섬, 욕지도 맨 꼭대기 돌집에는
이상필(68세) 씨가 살고 있다. 눈 뜨면
마을 한 바퀴 슥 돌며, 밤새 어르신들
안녕한지부터 마을 대소사 챙기는 게 그의
일과다. 실은, 충남 부여가 고향이라는 상필 씨.
11년 전, 욕지도로 귀촌해 욕지도
최초의 충청도 출신 이장이 됐다. 낚시광인
상필 씨는 마을일이 끝나면, 바다로 달려가
전갱이, 감성돔, 부시리, 볼락을 낚으며
짜릿한 손맛에 취한다. 그날그날 잡은 생선과
직접 담근 마늘장아찌, 새우젓으로 간을 해
끓인 김치찌개를 차려, 나 홀로 만찬을 즐기는
그. 돌집엔 그와 고양이 ‘바다’, 열여섯 살 된
강아지 ‘강지’ 셋뿐이지만, 홀아비는
아니란다. 아내는 통영 육지와 욕지도를
오가며, 3년째, 4도 3촌 두 집 살림
중이다. 느지막이 꿈에 날개를 단 아내를 섬에
붙잡아둘 수 없었단다. 상필 씨의 아내,
주승자(65세) 씨. 아나운서 뺨칠 만큼
낭랑한 목소리에 가야금, 거문고, 비올라,
단소 등 웬만한 악기는 못 다루는 게 없는
재주꾼이다. 지금은 통영 시내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와
통영 시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보단 둘이 낫다는데,
이들 부부는 어쩌다 두 집 살림을 하게 됐을까?
https://www.mbn.co.kr/vod/programMain/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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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도 사치였던 부부가 처음 꾸는 꿈
열아홉, 스물둘 나이에 일하던 공장에서 처음
만난 상필 씨와 승자 씨. 다들 오누이라고
착각할 만큼, 시종일관 헤실대는 거하며,
작은 눈이 꼭 닮았었다. 빼닮은 건 그뿐이
아니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안의 칠남매
맏이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상필 씨. 승자 씨의 어머니는
과부로 살다, 자식 여럿 딸린 남자와
재혼했지만, 그이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졸지에 여러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했다. 당연히
막내였던 승자 씨까지 살뜰히 돌봐줄 여력은
없었다. 꿈꾸는 것조차 사치였던 젊은 날을
보낸 상필 씨와 승자 씨.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부부가 됐지만, 두 사람이
행상을 하던 트럭을 도둑맞는가 하면,
코딱지만큼 있던 전 재산마저 사기당하며 힘겨운
젊은 날을 보냈다. 다행이 뒤늦게 시작한
이삿짐센터가 잘되면서 큰돈을 만졌지만, 돈이
벌릴수록 둘 중 하나는 죽겠구나 싶을 만큼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결국, 더는 안 되겠다
싶어 급히 귀촌을 결정했다. 연고도 없고,
가본 적도 없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 하나에
홀려, 그날로 계약을 하고, 덜컥 내려온
곳이 욕지도였다. 다들 미쳤냐고
했지만, 부부는 살면서 지금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다고 입 모은다. 지금처럼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것도, 어렵게 살아온 만큼, 훗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무조건 밀어주자 약속했던
까닭이다. 부부는 욕지도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꿈이란 걸 꾸게 됐다.
# 행복한(?) 생이별은 언제쯤 끝이 날까?
금요일이 되자, 방구들 뜨끈하게 데워줄
장작 한 짐 마련해놓고, 서둘러 선착장으로 향하는
상필 씨. 통영과 욕지도를 하루 일곱 번 오가는
여객선에 반가운 손님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 승자 씨다. 24시간 붙어 있을 때보다,
서로 떨어져 사는 지금, 더 애틋해졌다는 부부.
아내는 낚시광인 남편을 위해
낚시용품을 사왔고, 상필 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며칠 전 잡아둔 감성돔으로
아내에게 대접할 회를 뜬다. 썰렁했던 집에도
다시금 온기가 도는데...
주부, 승자 씨는 아쉬운 게 많은 눈치다.
유통기한 만료가 의심되는 식재료며, 여기저기
양념자국 묻어 있는 싱크대며, 산처럼 쌓인
빨래까지 온통 손갈 데 투성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겨우 3일 함께하는데, 그 귀한
시간을 잔소리로 채우고 싶지는 않다. 토요일이
가고, 다시 일요일. 생이별을 하루 앞두고,
상필 씨는 육지에서 혼자 지낼 아내의 밥
걱정에 농사지은 무와 배추, 직접 잡은 생선을
꾹꾹 눌러 담고, 승자 씨는 그새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남편을 위해 손수 이발과 염색을
해준다. 서로의 꿈을 위해 잠시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늘 서로가 걱정되고 보고픈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승자 씨가 먼저 본인과
육지에서 함께 살면 어떻겠냐, 남편에게 운을
띄웠다. 그런데, 상필 씨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이 좋은 욕지도를 두고 어딜
가냐는 것. 섬돌이 남편과 자유부인 아내는
언제쯤 다시 합칠 수 있을까? 지금처럼 두 집
살림을 하면서도, 행복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방송일시 : 2025년 11월 30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