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430화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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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이의 누룽지
#할머니의 든든한 보호자, 열 살 도은이
오늘도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는
열 살 도은이. 집에 혼자 계실 할머니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5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부쩍 건강이 나빠지신 할머니를
살피며 말동무가 되어주는 도은이.
몸이 힘들어 밖에도 잘 안 나가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산책에 나서는 것도 도은이의
역할이다. 손녀의 도움을 받는 일들이
하나 둘 많아지면서 괜한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마음이 무거운 할머니. 하지만
도은이는 할머니가 자신을 믿고
기대준다는 게 오히려 좋기만 하단다.
병이 진행되는 탓인지, 자다가 환청을 듣고
문밖을 나서기도 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날도
많아진 할머니. 그때부터 도은이는 할머니가
잠든 뒤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일하느라 바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의
돌봄을 받고 자라온 도은이에게 할머니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 병이 심해지면서
기억도 점점 잃어버리게 되고, 언젠가
자신마저 잊게 되는 날이 오면 어쩌나.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할머니를 볼 때면
도은이의 걱정과 불안도 늘어간다. 청소도,
설거지도, 산책도 얼마든지 해도 좋으니
그저 할머니의 건강이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 어릴 적 할머니가
자신을 지켜줬듯. 이제는 도은이 역시
할머니의 곁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도은이의 누룽지
물에 만 밥을 프라이팬 위에 얇게 펴 구워내는
도은이의 누룽지. 할머니가 알려주신
방법대로 만들기 시작한 도은이의
누룽지에는 가족들을 위한 마음이 담겨있다.
10년 전부터 이가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남은 이가 하나도 없는 아빠.
진작 치료를 다녔으면 좋았을 테지만,
먹고살기도 바쁜 데다 특히나 만만치 않은
치아 치료비에 미루고 미룬 탓이었다.
잇몸으로 음식을 먹는 게 힘든 아빠를 위한
도은이의 누룽지. 도은이는 불에 구워지는
누룽지를 보고 있으면 꼭 자신의 가족들을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밥알이 다 떨어져
있지만, 뜨거운 불을 견뎌내며 단단하게
붙는 누룽지의 모습 때문이다. 농막에서
지내며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오는 엄마,
아빠와 타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언니.
그리고 도은이와 할머니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바쁜 가족들이 힘든 일들을
다 지나 보내고 나면 더 끈끈하게 붙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도은이.
오늘도 도은이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노릇한 누룽지를 구워낸다.
#밤낮으로 쉴 새가 없는 엄마, 아빠
농사꾼에게 가장 바쁘다는 추수철.
엄마, 아빠는 수확의 기쁨보단 걱정이
앞선다. 작년에 수확한 깨는 일곱 가마 정도가
나왔지만, 올해는 세 가마라도 나오면
다행인 상황. 연일 쏟아진 비에 잘 되어 가나
싶던 깨 농사도 바닥을 쳤다. 그렇지 않아도
잘해보자 싶어 덜컥 규모를 늘린 농사에
빚만 끌어안고 다시 다 내놓아야 했는데,
올해 농사까지 도와주질 않으니 걱정만
가득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 틈틈이
고물을 모으러 다니고, 새벽이면 산에 올라
버섯을 따는 엄마, 아빠. 밤낮으로 바쁘게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 가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해야 하는 일이
많기도 하지만, 농막에서 집까지 매일
왔다 갔다 하며 드는 기름값도 부담되기
때문이다. 아픈 할머니와 어린 도은이에겐
항상 미안함만 가득한 엄마, 아빠. 특히
언제부턴가 원하는 게 있어도 티 내지 않는
도은이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림 그리는 걸
가장 좋아하고, 소질을 보이는 도은이.
미술 학원이라도 보내 재능을 키워주면
좋으련만, 비싼 학원비 걱정에 매번 자기는
혼자 그리는 게 훨씬 좋단다. 그런 딸의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더 속상한 엄마,
아빠.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고물값은
반값으로 뚝 떨어지고 버섯을 따는 것도
끝물인 시기. 당장은 다가오는 겨울부터
걱정해야 하니, 그저 답답한 심정이다.
*이후 426회 ‘가시고기 아빠’
(2023년 9월 23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방송일시 : 2023년 10월 28일
(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손종호
/ 프로듀서 : 김은주 / 제작 : 타임 프로덕션
연출 : 장은영 / 글. 구성 : 김서영
/ 조연출 : 김지수 / 서브작가: 이현정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