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427화 미리보기

 

성종이와 문어

 

동행 후원 문의 1588-7797

 

√ 성종이는 할머니 지킴이

올해부터 중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열세 살 성종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금요일을 가장

손꼽아 기다린다. 성종이가 하교를 서두르는 건,

꼭 보살펴 드려야 할 할머니 때문이다. 학교에서

받은 간식을 먹지 않고 아꼈다가 할머니가

잘 드실 수 있게 입에 넣어드리고,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느라 적적했을 할머니를 위해 풀냄새,

꽃냄새 느끼게 해주러 산책도 잊지 않는다.

성종이가 할머니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성종이가 돌 무렵, 지하철에서 넘어져

철로에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왼쪽 다리마저 성치 않아지면서 혼자서는

거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8년 전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실명이 되고 이젠 청력까지

어두워져 성종인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눈과 귀

그리고 손과 발이 되어 드렸다. 할머니의 옷을

직접 빨아드리고, 정성스레 계란찜도 만들어

밥숟가락에 올려드리는 성종이. 할머니의

어둡고 답답하고 고된 삶이 가슴 아프다.

 

 

 

 

√ 아빠, 엄마의 속앓이

어려운 형편에 일찍부터 공사 현장을 전전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뒤늦게 뱃일을 배운 아빠.

4년 전, 아빠는 큰 결심을 했다. 낚시 손님들이라도

태우면 먹고 살 걱정은 덜 하겠지 싶어 어렵사리

모은 전 재산에 빚까지 내 선상 낚싯배를

장만했는데... 욕심이 컸던 걸까. 30년이 다 된

중고 배는 속도가 느려 손님도 없는 데다,

고장이 잦아 출항하는 날보다 수리하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먼바다는 나갈 수도 없어

어업도 신통치 않고, 간혹 들어오는 날일을

나가지만 형편은 나아지질 않아 막막하다.

베트남에서 시집오자마자 집안 형편에 맞닥트린

엄마는 공장이며 식당, 시장에서 생선 손질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왔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남편과

편찮으신 시어머니 그리고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아들을 위해 쉴 틈 없이 일해온

엄마. 그러다 보니 한국말을 배우지 못해

가족과의 대화도 힘들어 답답하기만 하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사정이 여의찮은 아빠와

엄마는 속이 타들어 간다.

 

√ 문어에 건 희망

가을, 제철 맞은 문어는 생계 걱정에 한숨이 는

아빠와 아빠를 응원하는 성종이가 꼭 낚고 싶은

소망이다. 문어 잡으면 생활비도 벌고, 다가온

추석 차례상에 올릴 수도 있어 바다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월세 5만 원에 살고 있는 집이 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할머니의 사정을 집주인이

봐준 덕에 당장 퇴거는 면했지만, 가시방석이나

다름없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인 성종인

학교에서도 재능을 보여 칭찬이 자자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산 중고 컴퓨터는 성종이의

실력을 따라갈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사달라 조르지도 못하는 건, 한 달 가까이

문어 구경도 못 한 아빠에게 부담을 줄 수 없기

때문인데. 추석을 맞아 멸치잡이하다 바다에 빠져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벌초하며

아빠의 무사 귀환과 가족의 행복을 비는 성종이.

올 추석 차례상에 문어를 올리기 위해 아빠와

단단히 맘먹고 낚싯배에 오르는데... 그간의

맘고생을 잊을 만큼 월척 문어를 잡길 바라본다.

 

 

* 이후 419회 ‘행복을 만드는 오뚝이 가족’

(2023년 8월 5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방송일시 : 2023년 9월 30일

(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손종호 / 프로듀서 : 김은주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박찬혁 / 글. 구성 : 이지선

/ 조연출 : 송희 / 서브작가 : 홍수경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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