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98편 미리보기
내 인생 꽃피는 지금
대한민국 국토의 막내 울릉도와 동쪽 끝 마을 포항.
바닷길로 이어진 이 두 곳이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완연한 봄을 맞이했다.
새하얀 눈 이불 덮었던 생명들이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면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황금밭으로 변하니
봄은 수확의 계절이요,
또한 설렘의 계절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인연으로 봄 마중을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1부. 봄나물 원정대
5월 1일 (월) 밤 9시 35분
봄바람 따라 울릉도로 향하는 바닷길도 분주해졌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대한민국의 동쪽 끝, 외딴섬으로 향하는 사람들.
이중엔 특별한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봄나물 원정대.
명이나물을 캐러 바다 건너 섬으로
원정을 떠나는 길이다.
봄이 되면 전신만신 나물 천국이 되는 울릉도
봄나물 원정대가 활약할 무대는
두리봉에 자리하고 있는 명이 밭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명이나물을 모두 캐야 하는데,
부족한 일손을 거들기 위해 나타난 게
바로 이 원정대.
대구에서 동참한 김감례 씨와 배분숙 씨는
주민들에게 도움도 주고 돈도 벌고
울릉도 구경까지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는데.
일하다가도 마주할 수 있는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코끝의 감각을 시원히 깨우는 맑은 공기.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지금이 아직 청춘으로 느껴져 보람 있단다.
명이나물 채취 현장부터
하루 노동의 고됨을 씻겨주는
태하마을의 눈부신 노을까지.
봄나물 원정대의 알찬 여정을 따라가 본다.
2부. 꽃 피는 봄, 스키 어때요?
5월 2일 (화) 밤 9시 35분
꽃 피는 봄날, 스키를 탄다면 믿겠는가?
울릉도의 봄은 신비하다
봄과 겨울, 하루에 두 계절을 즐길 수 있기에
마치 선물 세트와도 같다.
울릉도의 풍경에 반해
11년 전 아예 눌러앉은 최희돈 씨도
이 선물을 즐기기 위해
지인 이경태 씨와 길을 나섰다.
한데 봄이라기에는 차림새가 조금 이상한 두 사람.
스키 장비에 스키신발까지 신고
성인봉 자락을 오르기 시작한다.
꽃과 나물로 뒤덮인 이곳에서 그들이 찾는 것은 눈.
이 봄날에 산악 스키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다.
두 사람의 인연을 맺어준 것 또한 바로 산악 스키.
30년째 스키를 타온 전문가 희돈 씨에게
5대째 울릉 토박이로 산악구조대원으로도 활약하며
이곳 자리를 훤히 꿰는 경태 씨는
그야말로 환상의 파트너.
오늘도 숨겨진 포인트를 알려주겠다는
경태 씨를 따라새하얀 눈밭 위에서
봄 스키를 만끽한다.
봄 스키를 실컷 즐기고 난 후에는
울릉도의 명물 칡소 구이 한판.
푸른 바다 풍경 벗 삼아 칡소 구이 한 쌈 하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없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삽시다!”
이들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
3부. 봄 바다의 왕이로소이다
5월 3일 (수) 밤 9시 35분
울릉도 쪽빛 바다 아래, 봄이 왔음을 알리는
귀한 손님들이 있으니
울릉도의 진미(眞美)인 독도새우와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홍해삼이다.
독도새우는 독도 주변 해안에서
잡힌다고 하여 이름 붙었는데
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꽃새우),
가시배새우(닭새우)
이 세 가지를 통틀어 일컫는다.
바다 아래 붉은 꽃과도 같은
이 독도새우를 건져내는 건
50년째 독도새우를 잡는 장인 김동수 씨와
그를 따라 2대째 조업을 잇는 김강덕 씨.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두 사람이 조업에 나섰다.
바람은 따뜻해졌지만, 수온은 아직 찬 지금이
독도새우가 가장 달고 맛있을 때.
그러니 울릉 봄 바다의 왕은
단연 독도새우라 말한다.
이에 질세라 봄 바다의 왕좌를 노리는
명물이 있었으니 홍해삼이다.
바위틈에 살다가 수온이 올라가면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3월에서 5월까지만 잡혀
딱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성인 팔뚝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녀석을
육지로 끌어 올리는 건 43년의 베테랑 잠수부.
수심 20m 아래까지 내려가 잡아야 하기에
잠수부가 저승에서 채취해 이승 빛을 보게 하는
보물 중의 보물이라는데.
탱글탱글한 식감에 달큼한 맛 더한 독도새우와
오독오독 식감이 매력이 홍해삼.
과연 울릉도 봄 바다의 왕좌는
누구에게로 돌아갈까.
4부. 황금밭 부부
5월 4일 (목) 밤 9시 35분
그 옛날 울릉도 사람들의 배고픔 달래주고
자식들 공부까지 시켜준 산나물.
그래서 이곳 섬사람들에겐 황금 같은 존재다.
봄바람이 산과 들을 깨우면 어느새 섬은
온통 푸른 황금으로 물들어
봄은 축복의 계절이요, 수확의 계절.
사방으로 황금밭 열렸으니
33년째 나리분지에 기대어 사는
김두순, 김덕호 부부도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물들이 ‘어서 와서 나를 캐달라~’ 손짓하니
아파도 아플 틈이 없고
자식들 결혼도 모두 겨울에 시켰을 정도라는데.
그야말로 나물과의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아내 두순 씨는 고향 대구를 떠나
처음으로 나리분지에 왔던 날
육지가 그리워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그 마음 다잡게 해준 것이 바로 울릉도 산나물 맛.
이제는 그 맛에 사로잡혀 섬 밖으로 나가기 싫다는데.
나물과의 숨 가쁜 사투를 벌이다가도
어느덧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을
마주하면 위로가 된다는 부부.
그들의 33번째 봄을 담아본다.
5부. 홍법스님의 봄 마중
5월 5일 (금) 밤 9시 35분
포항의 알프스라 불리는 죽장면.
이곳에 고요히 자리 잡은 작은 사찰을
홍법스님이 지키고 있다.
산간마을이라 봄이 한발 늦게 찾아오나 싶지만,
뒷산에 두릅이 고개를 내민 걸 보니
이곳에도 봄이 온 게 맞다.
이에 스님도 봄 마중을 나가는데.
하얗게 부서지는 무학대 폭포,
그 밑으로 힘차게 흐르는 청량한 계곡물,
바위틈 사이로 핀 진달래.
스님은 평평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계절의 순리를 느껴본다.
그렇게 봄의 정기를 온몸에 담고 돌아와
갓 따온 싱싱한 두릅나물로 봄맛을 느끼고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길가에 꽃도 심는다.
홍법스님은 지금, 시절에 따라 인연을 맺는다는
가르침에 따라 봄 마중이 한창이다.
기 획 : 류재호
촬 영 : 정경용
구 성 : 강 헌
연 출 : 오용환
(㈜ 박앤박 미디어)
방송일시: 방송일시: 2023년 5월 1일(월) 5월 2일
5월 3일 2023년 5월 4일 5월 5일(금) 밤 9시 35분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