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83편 미리보기
이 겨울엔 국물이지
한국인에게 국은 그냥 국물이 아니라
위로의 음식이자 나눔의 음식.
국물 있는 곳에 사람이 있고,
사람 있는 곳에 국물이 있다.
눈 쌓인 겨울 오일장에서 만난 선짓국에는
시장 사람들의 정(情)이,
새알 듬뿍 담긴 팥죽에는 추억이 담겨있다.
바다의 진미가 쏟아지는 통영에서는
통영 음식문화연구가가 소개하는
돌장어시락국과 광어국을,
땅끝 해남에서는 우리 전통 동국장으로 끓인
미역국과 동국장시래깃국을 만난다.
강원도 곰배령 끝자락에 사는
어느 귀촌 부부의 황탯국부터
경북 영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미주구리 찌개까지
뜨끈뜨끈 겨울 한 그릇
대한민국 국물 기행이 시작된다.
1부. 장날의 밥상, 오지게 좋아부러
1월 16일 (월) 밤 9시 30분
겨울 오일장에서 만난 선짓국·팥죽
전라남도에 역대급 폭설이 내렸다.
눈 쌓인 월출산의 풍경은 낭만적이지만,
시장 상인들에게는 시작부터 힘든 날.
유례없는 폭설 덕에 꽁꽁 언 길을 뚫고 나온
상인들을 위로해 주는 것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다.
35년을 한 자리에서 끓여낸 가마솥 선짓국,
정성으로 빚어낸 새알을 넣은 팥죽은
상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이자 힘이 된다.
30년째 무안, 영암, 함평 등 오일장을 돌며
채소를 파는 이영자(56) 씨에게
장터는 가진 것 없는 인생에 힘이 되어준 곳,
지붕도 없는 좌판에서 먹는 팥죽 한 그릇이지만
이 맛 때문에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2부. 구수하고 담백하게, 통영 백미
1월 17일 (화) 밤 9시 30분
경남 통영에서 만난 돌장어시락국·광어국
겨울은 통영 맛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계절.
통영 출생은 아니지만 통영의 맛에 빠져
40여 년 간 통영 음식을 기록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통영음식문화연구가 이상희(56) 씨가 길을 나선다.
겨울이 되면 새벽 시장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는 이상희 씨가
꼭 들른다는 시락국집이 있다.
시락은 통영 사투리로 ‘시래기’를 뜻하는 말,
산 장어를 고아 시래기를 잘게 썰어 넣고
끓이는 돌장어시락국은
뜨끈하게 몸을 녹이는 대표적인 통영의 맛이다.
통영이 맛있는 또 하나의 이유,
통영 출신 소설가 박경리의 글이다.
‘가마솥에서 광어국 끓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 온다.’
이상희 씨는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광어국의 흔적을 찾아서 지도섬을 찾는다.
지도섬의 마지막 남은 굴박신장
그곳에서 일하는 어머니들에게
뜨끈한 광어국을 대접한다.
한 겨울 추위를 잊게 하는 나눔의 국물을 맛보러 간다.
3부. 동국장, 소박하지만 품위 있는
1월 18일 (수) 밤 9시 30분
전남 해남,
명인의 동국장으로 끓인 미역국, 시금치된장국
동국장은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지 않고
숙성해 만드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장이다.
맛이 진하고 일반 된장보다 달콤하여
음식에 맛을 더하는 동국장.
미국 대통령 방한을 기념한
청와대 만찬상에도 올랐을 정도지만
‘동국장’을 들어본 이는 거의 없다.
동국장(東國醬)이라는 용어는
1766년 유중림(柳重臨)이 편찬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나온다.
동국장을 담그기 위한 항아리를 선택법부터
메주 빚는 법, 장을 만들어 보관하는 법까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겐 잊혀진 장이 됐다고.
해남 윤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
시어머니로부터 100년 묵은 씨간장과
종가의 비법을 전수받은 한안자(84) 씨,
이 씨간장을 활용해 동국장을 복원하고
2010년에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0호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이를 전수하겠다는 이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수백 개의 장독이 있는 집과
운영하던 공장도 경매에 넘어간 상황.
사라져 갈 위기에 처한
동국장을 이어가겠다고 나선 것은
30년 전 직원이었던 임대웅(53)이었다.
동국장을 살리기 위해
콩 삶는 것부터 소금을 고르는 것,
장독을 지키는 일까지 하나하나 배워가는데…
국물맛은 장맛!
우리나라 전통 고유의 장인 동국장을 지키는데
인생을 바친 한안자 명인과
그 전수자 임대웅의 인생이 담긴 한상이 차려진다.
4부. 하늘 바람 겨울의 맛, 황탯국
1월 19일 (목) 밤 9시 30분
강원 인제에서 만난 어느 귀촌부부의 황탯국
강원도 곰배령의 끝자락에 사는
장응권(64), 나점순(63) 부부는
13년 전 이곳에 놀러 왔다 터를 잡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집을 짓고 싶었다는 부부에게
곰배령은 운명 같은 곳이었다고.
당시 초등학교 입학전이었던
늦둥이 아들과 무작정 터를 잡고
비닐하우스로 시작해 7년 간 손수 집을 지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로 소문난 곳.
곰배령에서 한겨울을 나려면
여간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화목난로를 사용해야 하는
산골에서 땔감 준비는 필수!
그리고 겨울나기에 꼭 필요한
또 하나의 필수 아이템, 황태다.
흰 눈을 이불 삼아 추위를 견디며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만 만들어지는 황태.
겨우내 꾸덕꾸덕 맛있게
마른 황태를 결대로 찢어 넣고
무와 쌀뜨물을 넣고 끓인 황탯국 하나면
인생사 힘들었던 기억도 다 잊혀진다고.
35년 결혼생활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부부,
곰배령 끝자락에 사는
부부의 뜨끈한 황탯국을 만나러 간다.
5부. 뚜벅이들의 국물로드
1월 20일 (금) 밤 9시 30분
경북 영덕에서 만난
미주구리 찌개·대게라면·컵물회
요즘 경북 영덕군 영해면에는 새 이름이 생겼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여
영덕 바닷길을 따라 트레킹 코스를 소개하고
‘뚜벅이 마을’로 부르기 시작한 것.
지금까지 영해면에 다녀간 청년들만 300여 명,
그중 15명 정도는 영덕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고.
청년들이 오자 퇴색해 가던 마을이
활기를 찾기 시작하고,
주민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세 청년, 설동원(32),
박정용(26), 서정길(31)이
영덕 바닷길을 걸으며 소개하는 국물로드!
국물이라고 다 뜨거울쏘냐!
바닷바람을 맞으며
커피대신 물회를 테이크아웃으로 먹는
영덕 청년들. 영덕 사람들의 ‘소울푸드’라는
미주구리 찌개를 소개하고,
타지에서 온 청년들을 따뜻하게 맞아 준 주민들에게
영덕 대게로 끓인 대게해물라면을 대접한다.
영덕 뚜벅이 삼총사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특별한 국물로드가 시작된다!
방송일시 : 1월 16일(월) 1월 17일
1월 18일 1월 19일 1월 20일 밤 9시 30분
기획: 정경란
촬영:김기철
구성: 김유정
연출: 이훈
(주)프로덕션미디어길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