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77편 미리보기
배낭 기행
팍팍한 도시의 일상 속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공간은 어디일까?
풍문으로 들끓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 여정이 시작된다.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그곳.
산등성이를 넘고 물을 건너서
골짜기마다 피어오르는 삶의 풍경으로 들어가 본다.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돌아올까?
1부.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
12월 5일 (월) 밤 9시 30분
국내 현존하는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
5월 하순에도 설화를 볼 수 있다는 봉정암을 향해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나섰다.
20대 초반에 소위 말하듯 산에 '미쳐서'
설악산에 제집 드나들 듯 다녔다는 그에 의하면
백담사에서 영시암,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
봉정암까지 이르는 길은
험난한 산길을 약 10km 이상,
쉴 새 없이 걸어야 겨우 당도할 수 있다는데.
두 발은 물론 두 손까지 이용해야 오를 수 있다는
마지막 고비, 깔딱고개를 오를 때면
절로 해탈의 경지를 외치게 되는 고난의 길이지만
뒤로 펼쳐지는 용아장성, 쌍룡폭포 등
내설악 최고의 절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올라오며 겪은 모든 고난은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다음 날, 이곳을 찾아온 신도들이 짊어지고 온
미역으로 끓여낸 아침밥을 대접받고,
부처의 뇌사리를 봉안해두었다는
불뇌사리보탑까지 방문한
엄홍길 씨는 비로소 봉정암까지 올라오며
산이 선물한 진정한 교훈을 깨닫게 되었다는데.
탁 트인 설악산의 경관을 바라보며
깔딱고개에서 그토록 찾았던 해탈의 경지는 물론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는
엄홍길 씨의 설악산 봉정암까지 가는 길을 함께 한다.
2부. 울 엄마 집으로
12월 6일 (화) 밤 9시 30분
월악산과 청풍호가 어우러져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제천 속에서도 오지 외딴집에서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어머니 한영순 씨와
어머니를 만나러 먼 길을 나선
딸 전영순 씨를 만났다.
같은 이름만큼이나 성격도 닮아 부딪칠 때도 있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하고 부르며
달려가게 된다는 엄마 집은
도시에 사는 전영순 씨에게 언제나 그리운 곳,
힘들 때 안겨서 쉴 수 있는 곳이라고.
배낭 한가득 엄마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온 딸을 위해
엄마는 어렸을 적 해주던 방식 그대로
홍두깨로 메밀 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들고,
딸은 엄마가 정성 들여 키운 겨울 배추를 뽑아다가
솥뚜껑에 전을 부쳐낸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친척, 동네 친구와
함께 살던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호수가 보이는 앞마당에 자리를 잡고 모여 앉아
고향 친구가 끌고 온 배를 타고 호수에 나가
만선의 꿈을 꾸며 그물을 건져 올리는데.
어릴 적 아버지와 그물 한가득 쏘가리, 메기 등
청풍호 자연이 선물해준
보물들을 건지던 추억을 떠올리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것도 잠시,
지금 이렇게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절로 흥겨운 노래가 나오는
모녀의 하루를 함께 한다.
3부. 맛있는 동네
12월 7일 (수) 밤 9시 30분
산나물 공부를 위해 처음 인제를 찾았다가
인제의 매력에 푹 빠져 정착하게 되었다는
음식 평론가 황광해 씨를 따라
인제의 음식 맛집, 풍경 맛집을 찾아 떠난다.
처음에는 음식 맛에 반해 머무르게 됐지만
이제는 이곳이 제2의 고향처럼
방방곡곡 익숙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그가 소개한
인제의 대표 관광지 자작나무 숲과 '이곳'은
올해 마지막 가을의 끝자락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음식 평론가인 그가 인제 곳곳을 다니며
맛본 음식 중 재료 손질부터 조리까지
가히 최고로 엄선했다는 곳을 방문해 본다.
텃밭에서 키운 재료들로 밑반찬에 나갈
김치를 직접 담그고
산에서 직접 캐온 산나물과 버섯으로
한 상 가득 차려내는
산나물 정식은 주인의 자부심만큼이나
빼어난 맛을 자랑하고.
40여 년째 매일 새벽 직접 두부를 만든다는
식당에서는 모든 과정이 공장식,
기계식으로 바뀌어가는
요즘 시기에 보기 드문 진짜 웰빙, 슬로우 푸드로
그 전통에 한번, 맛에 두 번 빠져든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100% 메밀로 만든 막국수 집은
67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시부모님의 비법 그대로
이어받아 대대로 고수해오고 있다는데,
물가 상승과 수고로움 등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며
고집하는 옛날 방식을 알아주는
손님들에 고마움도 느낀다고.
인제 토박이보다 더 인제를 잘 알고 사랑하는
진짜 인제 전문가 황광해 씨와 함께
맛있는 동네로의 여행을 떠나 본다.
4부. 진수섬찬
12월 8일 (목) 밤 9시 30분
선유도, 무녀도, 신시도, 방축도 등
6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
그중에서도 신선이 노닐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선유도에 사는 남일만, 이채영 씨 부부를 만났다.
어린 시절부터 고향 친구로 오래 알아 온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지도 30여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화장실 갈 때만 빼놓고
붙어 다닌다고 할 정도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잉꼬부부라고.
오늘은 팬데믹으로 인해 오랜 기간 만나지 못했던
옆 섬인 무녀도에 사는 이웃 부부를 만나러 가
썰물 때만 바닷길이 열리는 쥐똥섬을 방문해
쥐똥섬만의 보물이자
지천으로 널려있는 '이것'을 채취해
맛있는 한 끼를 차려 먹기로 한다.
바다에 미리 쳐놓은 전어 그물에
생각보다 많은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오늘 하루 먹을 것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뛰놀던 놀이터였다던 선유봉에 올라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기로 하는데.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군도의 절경과 바다가 제공하는 귀한 보물들로
소박하면서도 풍족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두 사람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5부. 산너머 사나이들의 꿈
12월 9일 (금) 밤 9시 30분
해발 1,271m 매봉산과 연화동 계곡을
뒷동산과 앞동산으로 품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고 있는 두 친구,
김명학, 안종호 씨를 만났다.
젊을 때부터 편리한 도시 생활보다는
자연 속에서, 직접 지은 집에 사는 것이
로망이었다는 김명학 씨가 직접 공수한 통나무로
집을 짓고 먼저 살기 시작한 지도 10여 년,
산이 연결해준 인연으로 맺어져 형제처럼 지내던
전문 산악인 출신 안종호 씨가 함께 살게 되며
외로움도 달래고 이곳이 더욱 애틋해졌다는데.
등산로가 아닌 산꾼들만의 산속 비밀 공간으로
배낭을 메고 트레킹을 떠난 두 사람은
언뜻 보면 정체를 짐작할 수도 없어
오직 운에 맡겨야 한다는
귀한 '이것' 채취에 성공하기도 하고,
배낭 속에 준비한 도시락과 흐르는
개울물을 마실 때면
산과 이 집이 엄마 품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손익을 따져 관계를 맺는 도시와는 달리
서로 도우며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처럼 가까워졌다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갖가지 버섯을 듬뿍 넣고 끓여낸 백숙을 나눠 먹고
함께 겨울맞이 월동 준비를 해나가는 두 남자는
지금보다 더 이곳에서의 삶에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할 일은 많고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목가적인 삶이 주는 안온함과 만족스러움에 비하면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는 두 사람의
삶으로 함께 들어가본다.
방송일시: 2022년 12월 5일(월) 12월6일
12월 7일 12월 8일 12월 9일 (금) 밤 9시 30분
기획: 정경란
촬영: 김기철
구성: 이시은
연출: 이훈
((주)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