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31편 미리보기
오지의 겨울
산이 에워싸고 강물이 가로막아서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오지(奧地).
빠르게 흘러가는 바깥세상과 달리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순수의 땅이다.
그곳에 가면 우리가 잊고 있던
계절 본연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과연 이번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엄동설한에도 담담히 오지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겨울날의 풍경을 담는다.
1부. 호숫가 외딴집에 사랑이 산다
1월 17일 (월) 밤 9시 30분
산이 제 땅을 대청호에 내어주면서
육지 속 섬마을이 된 청주시 진사골.
호숫가 외딴집엔 김이웅, 김희순 씨 부부가 산다.
하나둘 이웃들이 떠나도 진사골에 남은 부부는
산에서 나무해서 불을 때고
농사지은 콩으로 청국장을 쑤며
자급자족의 삶을 꾸린다.
드넓은 호숫가에 단둘뿐이라
실과 바늘처럼 뭐든 함께하는 부부.
하루에 열댓 번은 티격태격해도
그 또한 부부의 오랜 사랑법이다.
대청호가 얼고, 산길도 눈에 막히면
세상과 단절되는 오지의 겨울.
그 계절 동안 부부의 정은 한층 더 깊어진다.
2부. 산중 암자에서 첫 겨울
1월 18일 (화) 밤 9시 30분
남원의 서룡산 절벽 아래 자리한 작은 암자, 서진암.
실상사의 부속 암자로 승려의 오랜 선방이다.
지난해 10월 새로 산중 암자에 온 덕산 스님.
눈 앞에 펼쳐진 지리산 풍경과 넉넉한
햇살에 반해 인연처로 정했다.
암자에서 보내는 첫 겨울이라
앞서 머물렀던 스님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천천히 적응 중이라는 스님.
거친 겨울을 맞설 암자의 돌담을 정비하고
스님에겐 미지의 산인 서룡산
구석구석을 살피러 포행을 나선다.
산중 암자에서 홀로 만나는 겨울은 어떤 풍경일까.
3부. 인생은 오프로드
1월 19일 (수) 밤 9시 30분
산길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경북 봉화의 산골짜기.
토종벌 농사를 짓는 윤재원 씨와
아들 윤성배 씨가 있다.
양봉과 달리 토종벌은 일 년에 딱 한 번
10월과 12월 사이에 꿀을 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남은 꿀을 거두고자
깊은 산속 가파른 절벽으로 향한다.
과연 한겨울 부자의 꿀은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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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을 누비는
김용락, 송희진 씨 부부를 만났다.
올해로 심마니 경력 20년 차인 용락 씨가
열아홉 살 어린 아내에게 약초 캐는 비법을 전수 중.
그런데 용락 씨 눈에는 잘 보이는 약초가
왜 아내 눈에는 안 보일까.
그 일을 핑계 삼아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는 부부.
그들에겐 고단한 산행이
즐거운 데이트와 마찬가지다.
언제나 넉넉하게 내어주는 산속에서
부부는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내며, 사랑을 키운다.
4부. 고개 너머 지상 낙원
1월 20일 (목) 밤 9시 30분
해발 700여 미터 고지의 산촌,
강원도 평창의 돈너미 마을에 사는
한영춘, 김하영 씨 부부.
예전 30여 가구가 있어 시끌벅적했던 마을에는
이웃들 모두가 떠나고 단 세 가구만 남았다.
버스도 안 다니는 오지라서 물자가
풍족하지 않지만, 빗물을 모아 물을 쓰고
밭에서 나는 것들로 소를 키운다.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이 고마운 부부. 남편의 오랜 병까지
나았으니 이들에겐 이곳이 지상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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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굽어본다는 경북 영양의 달밭골.
사람이 오고 가기 힘들어 인적이 드문 오지마을에
4년 전 귀촌한 박현민, 신화선 씨 부부가 있다.
춥고 긴 겨울은 모두가 쉬어가는 계절이지만
오지에서 새 식구로 품은 동물들을 챙기느라
바쁜 부부. 갓 태어난 새끼 염소와 병아리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화려한 관상용 닭을
돌보느라 분주하다.
‘이게 바로 산속에서 사는 맛’이라는 부부.
봄꽃보다 화사한 웃음꽃을 피운다.
5부. 칼바람에도 그 집은 따뜻하네
1월 21일 (금) 밤 9시 30분
경남 함양의 산꼭대기에 사는
김세평, 김용숙 씨 부부. 전날 내린 눈에 부모가
걱정돼 아침 일찍 아들 성균 씨가 찾아왔다.
부모를 따라 귀촌한 아들은 아버지를 스승 삼아
시골 일을 배우는 중. 산에서 나무를 구해
표고버섯 종균 작업할 준비를 한다.
칼바람에 꽁꽁 언 몸을 화목난로의 온기로 녹이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을 채우는 가족.
추운 겨울이지만 가족이 함께 있기에,
행복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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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지리산 풍경에 반해
남원의 원촌마을에 터를 잡은 강은경 씨.
산 능선이 잘 보이는 전망 좋은
70여 년 된 한옥이 보금자리다.
이사 왔을 때 손댈 데 많은 낡은 집을
어머니가 고쳐줬는데 그만 세월을 못 이기고
부뚜막이 무너져 내렸다. 그 소식 듣자마자
찾아온 어머니는 딸과 함께 부뚜막을 고치고
아궁이에 불을 땐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아궁이가 있어 은경 씨의 겨울은 따뜻하다.
방송일시: 1월 17일(월) 1월 18일 1월 19일
1월 20일 1월 21일(금) 밤 9시 30분
기 획 : 권오민
촬 영 : 고민석
구 성 : 김경희
연 출 : 손석범
(㈜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