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24편 미리보기

 

시골 할슐랭

 

할-머-니, 세글자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아프던 배를 할머니 약손으로 어루만지면

아픔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허기진 날, 할머니가 정성스레 차려주신

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다시 세상과 맞설

기운이 생긴다. 세상에는 별점 세 개를 주는

밥집이 최고라지만 우리에게는 하늘의 별을 다

주어도 모자란 정성 가득한 할머니의 집밥,

시골 할슐랭이 있다. 온종일 거친 바다에서

물질하고, 산과 밭을 헤맨 끝에 할머니가 만든

소박한 한 끼를 먹고 나면 영혼까지 치유되는

느낌이다. 할머니의 정성과 손맛으로 탄생한

최고의 시골 할슐랭, 할머니 손맛을 따라가 본다.

 

1. 지리산 엄마의 선물

11월 29일 (월) 밤 9시 30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지리산자락의

조용한 시골 마을, 이곳에 살고있는

석수연 할머니는 누구라도 한입에 반할 손맛을

가지고 있다. 십여년 전, 지리산을 찾아온

선영 씨는 할머니의 음식에 반해 수양딸을 자처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선영 씨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할머니, 만날 때마다 한결같이 반가워 해주는

수연 할머니다. 오늘은 석수연 할머니 표

도토리묵과 호박 된장 만드는 날! 두 팔을

걷어붙인 선영 씨와 할머니, 고무장갑과

앞치마 장착하고 뜨거운 연기가 펄펄 나는

가마솥 앞에 섰다.

 

직접 따온 도토리로 묵을 쑤고

몸 크기만 한 대야에서 갓 쪄낸 호박을

담뿍 섞은 된장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집안 가득 채운 구수하고 정겨운 향은 돌담을

타고 넘어 길 가던 고양이까지 불러세운다.

 

열심히 일한 선영 씨를 위해

수연 할머니가 솜씨를 발휘한다.

방금 만든 호박 된장 넣어 지글지글 부쳐내는 장떡과

갓 버무린 고들빼기김치부터 각종 산나물 무침까지.

눈 깜짝할 사이 푸짐하게 밥상을 채워내는 할머니다.

입안에서 튀어 오를 정도로 탱탱한 도토리묵과

구수하고 은은한 장떡의 맛에

선영 씨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오는 이 반갑게 맞이하고 가는 이 두 손 무겁게

들려 보내는 정 많고 맛 좋은 수연 할머니네로

떠나본다.

 

 

 

 

2. 울할매 옥란씨

11월 30일 (화) 밤 9시 30분

 

강원도 원주, 세 아들과 두 손녀와 함께 살아가는

매력 만점 유쾌한 옥란할매가 있다.

 

김장 날을 맞이한 할매 댁.

큰아들 증석씨와 큰손녀 송아씨가 할매의 지휘 아래

밭에서 채소를 뽑느라 분주하다.

큼직하게 잘 자란 무를 뽑으며 손녀에게 한마디,

쪼그리고 앉아 파를 뽑는 아들에게 두마디.

옥란할매의 살벌한 입담은 그칠 줄 모른다.

 

마당 한 켠 가득 배추와 무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김치 양념을 만들 차례.

마늘과 생강, 고춧가루에

할매만의 비법 재료, 갓을 듬뿍 넣고 버무린다.

옛날 산골에서 하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할매,

오랜 세월을 간직한 주름진 할매의 손은

더욱 맛을 깊어지게 한다.

 

김장하느라 고생한 할매를 위해

손녀 송아 씨가 특별한 한 상을 준비했다.

‘요즘 아이들’이 먹는 음식도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

새우 가득 넣고 만들어낸 파스타,

기름을 퍼먹게 생겼다며 툴툴거리는 할매지만

입가에는 얼핏 웃음기가 어려있다.

손녀가 움직이는데 할매가 가만히 있을쏘냐,

손녀딸이 좋아하는 호박범벅으로

송아 씨의 마음에 응답한다.

 

평생 할머니와 살고 싶다는 송아 씨와

이제는 손녀 없이는 못 산다는 옥란 할매의

살벌하고 사랑스러운 하루를 함께 한다.

 

 

 

3. 그곳에 가는 이유

12월 1일 (수) 밤 9시 30분

 

인천 삼목항에서 뱃길로 40분이면 도착하는 장봉도.

그곳에 살고 있다는 할머니 미슐랭을 만나기 위해

사진작가 이재현 씨가 길을 나섰다.

일 년 전,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던 장봉도에서

공정업 할머니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할머니와 투박한 손놀림으로

만들어내는 따뜻한 음식에 반한 재현 씨는

할머니를 위한 사진 한 장을 남겼고,

우연으로 시작한 인연은 두 사람을 친구로 만들었다.

 

장봉도 앞바다가 보이는 할머니의 집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특별함이 있다.

벽면을 빽빽하게 채운 할머니의 사진들,

모두 정업 할머니 홀로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가슴에 품은 남편과 딸에게서 받은 힘으로

날이 추워지는 한겨울이면 여행을 떠난다는 할머니.

제대로 된 영어는 한마디도 못 하지만

정업 할머니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다닌 지 수십 년,

할머니의 발자취가 닿은 나라가 서른 곳이 넘었다.

 

세상 어디에도 자신 같은 사람은 없을 거라는

할머니. 그래서일까, 할머니의 요리

역시 남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갓 잡은 굴로

만들어 주는 파전과 눈앞에서 숭덩숭덩

썰어주는 낙지 탕탕이, 그리고 베트남 고추로

포인트를 준 백합 칼국수까지.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속에 담긴 마음만큼은 미슐랭 스타 부럽지 않은

할머니의 소박하지만 푸짐한 밥상.

장봉도, 그곳에는 정을 나눠주는

공정업 할머니가 있다.

 

 

 

 

4. 이맘때면 그리워

12월 2일 (목) 밤 9시 30분

 

경남 하동, 코끝에 찬바람이 어리는 시기면

생각나는 따스한 추억의 맛을 되새기려

권정란 씨가 동생들과 함께 고향 집을 찾았다.

 

구순이 넘은 할머니를 대신해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을 다시 느끼고 싶은

정란 씨와 동생들.

손두부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전수 받은

정란 씨의 어머니, 옥자 씨가

자식들을 위해 맷돌 손잡이를 잡았다.

직접 수확한 콩으로 만든 손두부는

옛날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

고소하고 담백한, 변함없는 맛을 가지고 있다.

 

손두부로는 아쉬웠던 정란 씨.

동생들 손을 붙들고 이번엔 직접 해보겠다며 나섰다.

정란 씨가 선택한 메뉴는

어린 시절, 이맘때면 할머니가 끓여주셨던 팥칼국수!

배고프지 않냐며, 식탁 앞으로 이끌어

팥칼국수 한 그릇을 먹여주시던 할머니.

기억을 더듬어 할머니의 방식대로,

할머니의 맛을 찾아간다.

 

요리 초보인 동생들을 지휘하며

뭉근하게 끓여낸 팥죽과 정성껏 뽑은 면으로

완성해낸 추억의 팥칼국수.

과연 정란 씨는 이맘때면 그리워지는,

그때 그 맛을 재연해낼 수 있을까.

 

 

 

5. 외딴집 깊은 맛

12월 3일 (금) 밤 9시 30분

 

경북 봉화, 소나무숲에 묻힌 외딴 한옥.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에서 살아가는

김갑순, 장혜남 부부가 있다.

 

15년 전, 남은 인생은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시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혜남 씨와 남편 갑순 씨는 직접 한옥을 지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봉화로 내려온 혜남 씨는

시어머니가 남기고 떠난 집을

남편과 함께 정성스럽게 가꿔나가고 있다.

 

무뚝뚝한 갑순 씨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상도 남자.

겨울나기 필수품인 장작 한 지게와

아궁이에 불을 때주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남편을 위해 혜남 씨가 실력 발휘에 나선다.

갓 따낸 고추로 만드는 바삭 매콤한 부각 튀기는

소리는 남편은 물론 아들의 입까지 사로잡는다.

 

겨울이 다가올 즈음이면

혜남 씨만의 월동 음식이 있다.

어린 시절 친정엄마가 밥반찬으로

넣어주던 무말랭이 김치와

시어머니 표 육개장이 바로 그 주인공.

 

복숭아 액기스로 단맛을 낸

김치 양념에 버무리는 무말랭이 김치,

단지 속에 담아 땅속에 보물처럼 묻어두면

겨우내 맛이 들어 입을 즐겁게 했다.

시어머니 표 육개장은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

마음이 조마조마할 정도로 맛있었다며,

아궁이 앞에 앉아 어머니들의 맛을 추억한다.

 

외딴집에서 추억의 맛과 함께 살아가는

혜남 씨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방송일시: 2021년 11월 29일(월) 11월 30일

12월 1일 12월 2일 12월 3일(금) 밤 9시 30분

 

기 획 : 정경란

촬 영 : 박주용

구 성 : 고지희

연 출 : 박성철

(㈜ 박앤박 미디어)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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