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20편 미리보기

 

그 인생 탐나도다,제주

 

‘말은 나면 제주로,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했건만,

세월은 변했다. 세상은 변했다.

‘남의 속도 아니고, 내 속도대로 살겠다’

맘먹은 이들이 이민을 떠난다는 섬, 제주.

행군하듯 여행하는 거 말고

멍 때리며 찬찬히 스며들고 싶었을 뿐.

살다 지쳐 다시 돌아가도 좋으니,

인생 한번은 깊고 푸른 섬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탐나는 인생 찾아,

탐라로 떠난 이들이 발견해낸 가을 제주 로망스.

 

탐라도 제주에서 만난 탐나는 인생이야기.

그 인생 탐나도다, 제주.

 

1. 나는 집시 여자와 결혼했다.

 

2021년 11월 01일 월요일 9시 30분

 

구좌읍 덕천리, 제주에 온 뒤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박신혜, 박지원 씨 부부.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끈적한 바람과

머리 위를 뜨겁게 달구는 볕이 공존하는 이곳,

편의점 하나 없는 중산간 오지 마을은

가볍게 나선 산책길마저도 탐험 길이다.

신비롭다 못해 오싹하기까지 한 자연동굴은

영화 아바타에 나온 숲속의 정령들이

뛰어나올 것만 같고, 뱀이 똬리 틀듯

서로 감싸 안은 넝쿨을 보고 있자면

깊은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 이국적인 풍경 헤쳐 도착한 곳은

황토집과 게르가 자리한 외딴 마을.

언뜻 보면 인도와 한국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이곳은 신혜 씨와 지원 씨의

3년 차 신혼 보금자리다.

 

1년 전 부부는 이곳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딸,

리마를 품에 안은 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사실 지원 씨와 신혜 씨는 도시에선

모두 꽤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결혼도 아이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건 다름 아닌

깊고 푸른 섬 제주.

기적은 운명을 낳고 운명은 기적을 낳는다는 말처럼

리마는 예고도 없이 부부의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도시에서 불안한 삶을 살았던

지원 씨에게는 안정을, 여행하며 방랑자의

삶을 살았던 신혜 씨에겐 엄마라는 꿈을 안겨줬다.

 

부부는 이제 리마에게 제주처럼 깊고

푸른 세상을 맘껏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제주가 낳고 제주가 기른 이 가족의

더 없이 탐나는 행복 라이프를 즐겨본다.

 

 

 

 

2. 남은 30년 여기서 살자

 

2021년 11월 2일 화요일 9시 30분

 

제주 서귀포 중문, 연수 씨는 도시인으로

공사다망하게 살았던 지난날을 청산하고

이제는 바다 건너 제주에서 둥지를 틀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강원도 횡성이 고향이라는 연수 씨,

사실 제주도 입성은 그녀의 계획에 없었다.

도시에선 친구 만나랴, 고향에선 친척들 만나랴

육지에서도 충분히 나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 연수 씨가 제주행을 택한 건

다름 아닌 딸 이수 씨 때문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통에 등 떠밀려 제주행을 택한 것.

 

하지만 막상 와보니 젊은이들이 득실거리는

줄로만 알았던 제주는 천국이었다.

봄이 되면 꽃을 보러 300개가 넘는 제주 오름을

골라 오르고, 여름엔 파도 넘실대는 바다에서

무엇을 한다 해도 누가 뭐라지 않는 곳.

도시에선 스러져가는 오십줄 여인이었던

연수 씨에게 제주는 무엇이든 해봐도

괜찮다며 어깨 토닥여주는 꿈의 섬이었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 자유롭기 그지없던

제주살이에 제동이 걸렸다. 제주가 고향인

남편 명륜 씨가 이른 낙향을 결심한 것.

몸보다 입으로 일하는 명륜 씨 덕분에

연수 씨네 집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방수에 단열까지 한 대궐 개집 한 채 짓느라

삼일을 두문불출하고, 예초해주겠다고

나섰을 뿐인데 무성했던 부추밭은 초토화가 됐다.

 

남은 30년은 제주에서 살기로 맘먹었다는

부부의 좌충우돌 제주 정착기.

그들이 써 내려갈 제주살이 버킷리스트를 쫓아가본다.

 

 

 

3. 목화오름 그 사나이

 

2021년 11월 3일 9시 30분

 

제주, 애월읍, 이름도 없는 오름과 연이 되어

목화 농사꾼의 길을 택한 남자가 있다.

패션니스타인 보람 씨에겐 이곳이

둘도 없는 천혜의 쇼룸이 될 것 같았다.

 

갈대와 메밀이 가득한 가을 오름 위,

미국에서나 볼 것 같은 통나무 농막에서

작업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근사한 점프슈트를 입고 나타난 한 남자,

그의 직업은 바로 청년 농부다.

 

패션마케터에 모델일까지 제 일하는 무대에서

나름 입지를 다진 보람 씨가 의문을 품었던 건

왜 그 패션의 모든 원재료가 메이드인 코리아가

아닐까 하는 것. 그래서 도전한 것이

제주 오름에서 짓는 목화와 린넨 농사였다.

그가 꿈꾸는 것은 직접 키운 목화와 린넨으로

실을 뽑아 천을 만들고, 그 원단으로 직접

디자인한 옷을 제작하는 것.

 

그 청운의 꿈 이루기 위해 보람 씨는 오늘도

뙤약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제주의 낮은 오름 돌밭에서 시작한 농사는

4년째 별 수입이 없지만,

그저 내가 좋으면 그만.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나를 위해 가꾸는 농장을 만드는 게

보람 씨의 농사 철학이다.

 

힙한 농사의 정석을 보여주는 목화 오름에서

하얀 솜이 몽글몽글 목화밭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 보람 씨는 누구보다 반갑게

가을이 오는 걸 실감한다.

이제 곧 노력의 결실이 빛을 발할 시기,

이 낭만주의 농사꾼의 밭에도 이제는

진정한 꽃이 피길 기대한다.

낭만을 가꾸고 수확하는 그만의 판타지 월드,

목화 오름으로 떠나본다.

 

 

 

 

4. 제주도 너도 내 운명

 

2021년 11월 4일 목요일 9시 30분

 

제주 애월, 제주와 우리 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신혼 2년 차, 행복을 짓는 부부가 있다.

청춘을 즐기기도 부족한 제주에서 온몸 다 바쳐

일하는 중이라는 부부의 달콤살벌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산이고 바다고 놀러 다니길 좋아했던

두 남녀, 부산 남자 봉석 씨가 여행으로 떠났던

제주에서, 제주 여자 유나 씨를 만났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사랑에 빠졌건만, 어찌 된 일인지

끝끝내 봉석 씨 입에서 ‘결혼해 달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결국, 여장부 유나 씨 불같은

성격에 걸맞은 화끈한 고백을 해버렸다.

 

‘빈집 줄게, 너 여기서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녀의 진심은 봉석 씨가 애써 잡고 있던

해진 마음의 동아줄을 건드렸고, 둘은 결국

결혼이라는 선택을 해버렸다.

 

결혼 후, 부산 남자 봉석 씨는 직장을 그만둔 채

제주로 내려와, 유나 씨 할아버지가 사셨다는

바닷가 마을 촌집을 직접 고치기 시작했다.

이 집에서 봉석 씨가 평생 꿈에 그리던

목공방을 차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던 공사가

벌써 2년째. 영혼을 갈아 넣고 질주하다 보니

두 번의 제주의 가을을 집을 고치다 맞게 된 것이다.

 

목공방 열게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부부.

과연 두 사람의 미래 앞에 어떤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부산 남자와 제주 여자의

험난한 제주 적응기가 지금 펼쳐진다.

 

 

 

5. 우린 뜬구름을 잡았다.

 

2021년 11월 5일 9시30분

 

제주, 한경면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던 형제가

하루아침에 제주도로 일탈을 선언했다.

뭐 하나에 빠지면 악바리로 덤빈다는

동생, 충현 씨와 동생이 배워온 윈드서핑과

덩달아 바다와 사랑에 빠진 형, 주현 씨까지.

삐끗한 김에 삐딱선 한번 제대로 타보자

다짐한 형제가 떠난 곳은 제주였다.

바람과 돛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형제에게 이보다 최적의 장소는 없었다.

그야말로 이곳이 구름 위이다.

한 달 100만 원만 벌어도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들 두 형제의

낭창한 파라다이스 인생이 열린다!

 

제주 서귀포시, 서른 넘어 난데없이 찾아온

오춘기에 기껏 갈고 닦아놓은 고고한

도시인의 삶을 포기한 남자가 있다.

좋은 직장, 괜찮은 연봉, 비싼 차.

도시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남들의 부러움을 샀던

현석 씨는 그래서 힘들면 힘든 줄도 모르고,

고생이 고생인 줄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쌓아온 성들이

한순간에 무너진 건 바로 제주여행 때문이었다.

 

우연히 만난 제주 청년들의 눈빛에서

그간 그의 삶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걸 느꼈다.

아무도 그가 어떤 직장에서 얼마만 한 연봉을 받고

어떤 차를 모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더 소중했던 것은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오늘 바닷가 일몰의 현장.

현석 씨는 무엇이 진짜 행복인가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대로 살다간 평생

헛발질만 하다 가겠다 싶어 발이 닿는 대로

제주 바다를 누비며 살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현석 씨가 제주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며

몰아쉬는 숨은 지난 세월 억누르던 숨과

비교할 수 없다. 그에게는 지금이 꿈이고

이게 꿈이라면 벗어나고 싶지 않단다.

제주 바다에서 행복을 찾았으니 말이다.

 

방송일시: 2021년 11월 1일 11월 2일 11월 3일

11월 4일 2021년 11월 5일 저녁 9시 30분

 

기 획 : 정경란

촬 영 : 박주용

구 성 : 문은화

연 출 : 정진권

(㈜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