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25화 미리보기
동행 후원 문의 1588-7797
희망을 요리하는 유라의 부엌
전라남도 강진의 시골 마을. 100년을 훌쩍 넘긴 집
툇마루에선 늘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들깻잎을 이용한 튀김과 상추로 만든
샐러드 등 정성 가득한 음식은
초등학교 6학년 유라(13세)의 솜씨다. 오래되고
낡은 부엌엔 멀쩡한 살림보다 쥐와 벌레가
더 많지만, 유라는 농사일로 바쁜 아빠와
11살 철없는 동생 기훈이를 위해 3년 전부터
꾸준히 음식을 해왔다. 텃밭에서 딴 작물들이
유라 요리의 주재료.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음식이지만 유라의 요리는 실의에 빠졌던
아빠에게 살아갈 힘을 줬고, 동생에겐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음식을 만들면서 유라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성장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데...
모르는 음식은 이웃 할머니에게 배우고,
없는 양념은 다른 것으로 대처하며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는 유라. 유라는
오늘도 희망을 요리한다.
설탕국수와 깻잎튀김
여름 내내 고생한 논에서 추수를 기다리는
아빠 황의종 씨(55세)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남매 얼굴 볼 새도 없이 새벽부터 나와 지었던
벼농사. 하지만 임대료를 내고 농사로 생긴 빚을
갚고 나면 올해도 본전이다. 논 주인이 부탁한
벌초를 해주면서 임대료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 논둑이 무너져 한숨만 나오는
상황. 힘들고 고되지만, 아빠를 위해 새참을 들고
오는 유라와 기훈이를 보면 없던 기운도
솟아난다. 3년 전 아내가 베트남으로 떠나고
의종 씨는 긴 시간 술에 의지하며 살았다.
농사일이며 아이들 돌보는 것이며 모든 게 귀찮고
힘겨웠던 시절. 딸 유라는 매끼 따뜻한 밥을 지어
아빠를 일어나게 했다. 백 마디 말보다 더 귀한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유라의 밥상. 엄마 없는
고됨을 티 내지 않고 밝게 웃는 유라를 보면
아빠는 미안함이 앞선다.
부엌에 간직한 비밀
아빠와 유라의 보살핌 덕분에 밝고 착하게 자란
기훈이(11세). 누나가 차려준 밥상에 늘 엄지를
치켜들며 칭찬해주는 기훈이는 반찬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어줘서 누나를 기쁘게 했는데...
요즘 따라 고기 타령이 심해졌다. 식당에서
퇴근하는 엄마에겐 늘 맛있는 돼지고기 냄새가
났다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생. 코로나19가
끝나고 베트남에 간 엄마가 돌아올 날만
기다리는 기훈이를 보면 유라는 마음이 아프다.
우연히 엿듣게 된 엄마와 아빠의 복잡한
이야기를 어린 동생에게 해줄 수 없는 유라는
오늘도 주방에서 묵묵히 엄마의 몫을 해낸다.
동생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 때문에 마음
아플 때도 많지만,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유라.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걸 생각하면 출몰하는
쥐와 벌레도 무섭지 않다. 열심히 만든 요리를
가족들이 잘 먹어줄 때 행복한 열세 살 유라의
부엌에선 사랑이 익어간다.
방송일시 : 2021년 09월 25일(토) 18:10~19:0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정택수 / 프로듀서 : 김석희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김동환 / 글. 구성 : 이은진
/ 조연출 : 박성제 / 서브작가 : 강수정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