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479편. 미리보기
겨울에는 울릉도
지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할 시점.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
바다가 허락해야 갈 수 있는 섬, 울릉도.
울릉도의 겨울은 더욱 혹독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육지로 떠나는 사람들과 달리,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겨울을 살아낸다
저동 앞바다 아버지의 귀한 손님, 오징어와 문어.
전화 연결이 어려운 깍개등, 산속 외딴집 마지막 주민.
울릉도 유일의 평지, 나리분지 비밀의 맛.
울릉도의 특별한 겨울 이야기를 만나러 떠난다.
1부. 저동, 아버지의 바다
울릉도 앞바다는 동해바다의 황금어장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오징어 어판장이 있다.
특히 저동항의 야간 조업 불빛은
‘저동어화(苧洞漁火)’라 부르며
울릉8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울릉도는 오징어가 풍년이면
모든 것이 다 잘 돼요.”
동이 틀 무렵, 어판장은 귀한 손님맞이로 분주해진다.
경매부터, 손질, 바닷바람에 말려지기까지 일사천리!
울릉도 오징어가 맛있는 이유는
바로 이 신선함 때문이라는데.
저동 어판장에서 오징어와 49년을 ‘짝꿍’으로 지낸
유희원, 강경아 씨 부부에게 겨울은 더욱 특별하다.
“문어 솥에 불 지를 것은 있잖아~”
경력 50년 차 김동수 씨는 주변 지형만 보고도
바다 속을 가늠하는 베테랑 어부다.
3년 전, 넷째 사위 김강덕 씨가
뱃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위가 걱정인 동수 씨는 오늘도 함께 바다로 향한다.
25kg에 육박하는 대왕문어부터, 방어, 조피볼락까지.
푸른 바다의 전설이 깃든 섬, 울릉도 바다는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2부. 벼랑 끝 세상일지라도
산세가 험하고 비탈이 많은 울릉도,
섬 모서리마다 깎아지른 듯
절벽 ‘깍개등’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그 중에서 험하다는 구암 깍개등은
울릉도 사람들에게도 오지 중의 오지이다.
1시간 남짓 눈길을 기어가듯 오르면, 집 한 채가 보인다.
김명복, 김남선 씨 부부는 이 집에서 벼랑을 앞마당 삼아
염소와 나물을 키우며 살고 있다
휴대 전화 연결은 오직 벼랑 끝에서만 되는 곳
혹여나 자식들에게 연락이 올까,
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언덕을 오른다.
“따뜻할 때는 괜찮은데,
겨울에는 제대로 못 살아요.”
아내 남선 씨에게 겨울 최대의 걱정이 있으니,
몇 일전 태어난 아기 염소들.
춥지는 않을까, 물이 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그런 아내 옆에 남편 명복 씨는 장작을 패고,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이웃도 없고, 전화도 없고, 보일러도 없고, 세탁기도 없다!
“여기 원두막 지어놓고
장구치고, 막걸리 한잔하면 끝내줄 것 같죠?”
천부 깍개등의 유일한 주민 정헌종 씨,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깍개등에 7년 전 둥지를 틀었다.
식재료를 살 곳도 없다. 우편물 배달도 되지 않는다.
조금 불편할 것 같은 삶이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왜 벼랑 끝에 살고 있을까?
3부. 어디까지 가봤니, 울릉도
울릉도 유일의 평지, 나리분지.
17가구만 살고 있는 이곳은 겨울이 되면 7가구만 남는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마을에 손님 오는 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작불 앞에 모여 겨울 별미를 준비한다.
“겨울 되면 뜨끈뜨끈하게 해서 먹으면 별미예요!”
울릉도 주민이 아니면 못 먹는 음식이 있다.
적갈색의 오징어 간을 염장하여 만든
‘오징어 누런 내장탕’이 그 주인공.
육지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맑은 색의 ‘오징어 내장탕’과는 달리
누런 내장탕은 특유의 맛과 냄새가 강하다.
때문에 이 탕을 거부감 없이 먹으면
‘울릉도 주민 다 된 것’이라는데.
나리분지 요리왕으로 소문난 김두순 씨는
제철에 염장한 오징어 내장을 꺼냈다.
된장 넣고 자글자글 볶다가, 우거지, 마늘,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넣고,
아궁이에 한 솥 끓이면 '오징어 누런 내장탕' 완성!
십 리 밖에서도 나는 구수한 냄새에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옥수수, 감자 그렇게 먹고 살았어요.
쌀밥도 최고 늦게 먹었어요.”
'나리동 처자들은 쌀 한 말 못 먹고 시집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리분지에서는 쌀밥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감자와 옥수수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던 시절,
김분호 할머니는 지게를 지고, 나무를 베어 팔았다.
그렇게 세 아들을 키워냈다.
나리분지의 겨울, 음식에 담긴 옛 이야기를 들어보자.
4부. 섬속의 섬, 고립무원
울릉도 일주도로가 55년 만에 개통됐다.
44.55km에 달하는 도로 덕분에
1시간이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게 된 것.
울릉도의 해안도로는 어디로 가든 일품이지만,
코끼리바위, 송곳산, 깃대봉, 관음도 등
절경의 상당수가 북면 일대에 몰려 있다.
“농사도 없고, 김 뜯어 먹고, 오징어 잡아먹고,
바다에 미역하고, 명태 잡아먹고 살았어요.”
11년 전 우연히 울릉도 평리마을에 정착한 김이환 씨는
집 옆 창고를 개조하여 움막카페를 만들었다.
카페라고는 해도 장사하는 곳이 아닌,
마을 사람들 모두 모이는 사랑방이라는데.
주민들에게 받은 물건들을 모아두다 보니
울릉도의 삶 박물관이 되었다.
마을 사랑방에 모여 김용애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제 같은 일인데 50년이 넘었네요.”
50년 전, 태하마을에서 학교 다니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눈이라도 펑펑 오는 날이면,
수민 씨는 아버지 손을 잡고 그 길을 따라갔다.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옛길을 다시 찾았다.
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석포마을 국화꽃 향기에 푹~ 빠진 남자가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벼랑 끝 야생화 밭으로 향하는 이덕준 씨.
명이부터 전호나물, 고추냉이, 동백꽃까지.
덕준 씨의 남다른 야생화 사랑 이야기!
울릉도 북면의 해안도로를 따라 자신만의 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5부. 살아볼까요, 지금 여기
일출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명소, 울릉도 저동항
올해도 각자의 소망을 품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다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울릉도로 찾아온 박찬웅씨,
10가구 남짓 사는 본천부 마을에 정착하기 위해서다.
천부리에서 나리분지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로,
눈이 오면 얼어버리는 길 때문에
마을버스도 못 들어오는 험한 곳이다.
본천부 마을에서 30년째 돌김을 캐서 말리는 김복순씨,
찬바람이 불어야 돌에 김이 달라붙기 시작한다.
겨울이면 아침마다 파도를 보러 나가는 것이 복순 씨의 일상.
멀리 보이는 코끼리 바위에
흰 거품이 없어야 김을 캐러 갈 수 있다!
새해부터 이웃 주민이 된 찬웅 씨가 복순 씨의 집을 방문했다.
두께가 두껍고, 씹을수록 향긋한
돌김의 맛에 홀딱 반한 찬웅 씨~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돌하게 말해본다.
“제가 어머니의 수제자가 될게요!”
당차게 말했지만 울릉도의 거친 파도 앞에서는 젊음도 소용없다.
복순 씨의 노련함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과연 찬웅 씨는 울릉도에 잘 정착할 수 있을까?
방송일시 : 2019년 1월 28일(월) ~ 2월 1일(금)
기 획 : 김민
촬영 : 김영하
연출 : 정원용
글, 구성 : 정선영
(㈜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