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09편 미리보기

 

그 여름의 산사

 

뜨거운 날씨 탓이라 하자.

거리의 소란함에라도 핑계를 대자.

몸도, 마음도 어떻게든 삭히고 식히고 싶을 때,

그 길 위에 서보는 건 어떨까.

 

초록빛 그늘이 반가운 숲과

그보다 더 감격스러운 고즈넉한 산사, 그리고

‘사람 나무’처럼

평안의 그늘 드리운 수행자가 있는 곳.

 

무더운 여름날,

산사로 향하다 보면 더위는 말갛게 씻기고

빈 주머니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는지도 모른다.

 

고요한 마음 흐트러지지 않게 느릿느릿

여름 산사로 떠나보자.

 

 

1부. 소소하게 고요하게

8월 16일 (월) 밤 9시 30분

 

스님의 구름 위 하루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과 끝도 없는 바윗길을

두세 시간 남짓 올라가면 비로소 나타나는 그곳.

경상남도 밀양 운문산 해발 1,000m,

구름처럼 높이 떠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상운암’이 있다.

 

이곳엔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출가한

일흔의 지수 스님이 있다.

객이라도 오는 날엔 얼음장같이

차가운 샘물로 손수 머리를 감겨 주고

올라오느라 고생했다며

따뜻한 밥 한 그릇 내어 준다.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공양간 형광등이고

마당에 놓인 널찍한 바위가 빨래 건조대며

바위에서 흐르는 샘물이 천연 냉장고라 말하는 스님.

문명과는 다소 떨어진 불편한 생활이지만

“나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사람”

이라며 수줍게 웃어 보인다.

 

소소하고 고요하게 지내는 스님의

마음 따뜻해지는 하루를 들여다보자.

 

 

 

 

2부. 세 스님의 어느 여름날

8월 17일 (화) 밤 9시 30분

 

친애하는 도반들과

 

강원도 횡성 어느 산중의 작고 소박한 암자 백운암.

인도 출신의 도엄 스님이 산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지도 벌써 16년째.

 

오늘은 백운암에 도엄 스님의 도반들이 놀러 왔다!

대학 선학과에서 함께 정진했던

법기 스님과 청라 스님, 직접 법당을

수리 중인 도엄 스님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조금은 엉성하지만 복 짓는 마음으로

흔쾌히 나섰는데!

 

새참은 백운암 뒤편 정글 같은 텃밭에서 딴

양배추와 가지로 만든 짜장밥.

쌀이 설익었어도 함께 먹으니 천상의 맛이란다.

 

강원도 평창의 월정사,

이곳엔 도엄 스님이 직접 지은 생태공원이 있다.

절에 오는 가족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알파카 6마리, 토끼 60마리, 공작새 3마리를

두었는데 도엄 스님이 관리 소임을 맡고 있단다.

 

'자유로운 영혼', '자연인 스님'이라 불리는

도엄 스님과 도반들의 특별한 여름나기를

함께 즐겨 보자.

 

 

 

3부. 암자로 간 신부님

8월 18일 (수) 밤 9시 30분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12년 전 사제 서품을 받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양경모 신부님이

전라남도 담양, 금성산성이 펼쳐져 있고

사시사철 꽃이 화사하게 핀

비구니 스님의 암자에 떴다!

 

꽃 지게를 지고 동자암으로 향하는

양경모 신부님, 그리고 신부님께 건네줄

비타민 챙겨 들고 환하게 맞이하는 보리 스님.

서로 마주 보고 웃는 모습이 살짝 어색하기도 한데...

 

하지만 함께 구슬땀 흘리며 꽃밭을 가꾸고,

매콤한 비빔 국수를 만들어 먹으니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신부님과 스님의 우정이 켜켜이 쌓이는 중!

 

종교도, 성별도,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전부 다른 둘이건만

왠지 모르게 닮아 보이는 건

같은 ‘수행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닮은 곳 하나 없지만 서로 다르기에 조화로운

두 사람의 대화에 귀 기울여 보자.

 

 

 

 

4부. 무릉이 어디인고

8월 19일 (목) 밤 9시 30분

 

지리산 노스님의 수행 철학

 

전라남도 구례, 지리산 노고단의 구름이 걷히면

살며시 보이는 푸른 지붕의 암자.

그곳에서 40여 년째 수행 중인 법종 스님을 만났다.

 

고립무원 산중 암자에서 살고 계신 스님.

20여 년을 촛불로 삶을 지탱하다

1998년도에 처음 전기가 들어왔단다.

아직도 샘터에서 소박하게 쌀을 씻고,

바람에 지붕 날아갈까

나무 가지치기조차 못 한다는 스님.

 

"행복이 뭔지는 몰라도요,

편안해요. 이렇게 사는 게.

그러니 멀리 안 가고 이곳에 있죠"

 

불편함 속에서도 자족하고

행복할 줄 아는 수행자, 법종 스님이다.

 

무릉이 여기인가 보오

 

그 옛날 시인 묵객 그토록 열망했던 풍경이라는

동해 최고의 절경 두타산 계곡에는

평야보다 드넓고 바다보다

시원한 2천 평의 바위, 무릉반석이 있다.

그곳에서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삼화사 자운 스님.

 

"사람의 몸도 자연의 일부니까,

여기 있으면 평온함을 느낍니다."

 

물 흐르는, 바람이 부는,

새가 지저귀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이미 자연과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을지도!

 

삼화사의 산내 암자, 관음암에서

수행 중인 스님을 위해

과일과 반찬거리를 지게에 가득 싣고

300개의 하늘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자운 스님.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산등성이를

지나가다 깨닫게 된 또 하나의 이치.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모든 욕심을 내려놓게 된단다.

욕심은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 되는

이 길이 바로 무릉으로 가는 길인가 보다.

 

 

 

5부. 마음의 뜨락에서

8월 20일 (금) 밤 9시 30분

 

마음을 정화하는 : 수선사

 

경상남도 산청, 산에 둘러싸여 있어

고즈넉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수선사.

여경 스님은 호미 한 자루로

다랑논을 파내 연지를 만들고,

삐걱삐걱 소리 정겨운 목책길 손수 만들었단다.

 

여전히 새벽 일찍 기상해

호미를 들고 산사를 누비는 스님.

정원을 관리하는 것이

스님만의 특별한 수행 방법이라는데.

연못에서 자라는 백련의 잎으로 만든 연잎밥은

여름날 수행의 별미.

 

“무거운 짐들은 내려놓고 마음을 정화하는

좋은 에너지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정원을 찾아온 사람들의 마음이 정화되길 바라는

여경 스님의 작은 염원이 담겨있는

수선사로 향해보자.

 

격려와 위로가 되는 : 마야사

 

충청북도 청주에는 10여 년 전 마야사를 창건하고

손수 사찰을 꾸며온 현진 스님이 있다.

능소화, 봉선화, 마리골드 등

꽃이 흐드러지게 핀 스님의 여름 정원,

그중에서도 여름꽃의 으뜸은 푸르른 '녹음'이란다.

 

스님은 녹음 짙어가는 정원을 온종일 서성이며

호미 한 자루로 풀 정리를 하고,

작은 연못으로 떨어지는

대나무 수로도 뚝딱 교체한다.

 

이렇게 잘 가꿔놓은 정원과 꽃밭을

또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스님.

스님의 정원은 벌을 치는 도반 설몽 스님의

한봉장이 되기도 하는 터.

 

“삶의 어깨가 무거운 분들이 정원을

잠시 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큰 격려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스님은 이 작은 정원이 이곳을 찾는 모두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소망한다.

 

기획: 권오민

촬영: 김기철

구성: 장연수

연출: 김지영

((주) 프로덕션 미디어길)

 

방송일시: 8월 16일(월) 8월 17일 8월 18일

8월 19일 8월 20일(금) 밤 9시 30분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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