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743회 미리보기
오지 산골 노부부의 황혼 별곡
# 오지 산골에 만든 두 사람만의 황혼의 낙원
경남 창녕, 더 이상 길도 없는 산골짝에
자리한 작은 집 한 채. 성낙환(82세) 씨와
김화순(81세) 씨의 소박한 보금자리다.
비바람을 피할 요량으로 지은 작은 패널 집은
재스민 넝쿨이 휘감고 있어 더위를 막아주고,
손수 다져놓은 입구의 오솔길 주변으론
온갖 꽃들이 화려하다. 집 앞 텃밭엔 콩,
상추, 고추, 옥수수, 고구마 등... 두 내외의
먹을거리가 가득한데. 환갑에 들어와
20년 넘게 가꾼 그들만의 낙원이다.
산에 올라 더덕과 도라지를 캐고,
향긋한 아카시아꽃으로 장아찌를 담그며,
욕심내지 않고 소박하게 하루를 사는
삶이지만 부부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키우던 작물이 죽으면 그 원인을 파헤쳐야
하는 남편과 없으면 있는 만큼만 먹으면
된다고 하는 아내. 아름다운 꽃과 노랫말,
시를 사랑하는 감성 충만한 남편을 보고
“과하다”고 지적하기 일쑤다.
벌레 한 마리 잡지 못하는 남편을 놀리며
“어떻게 해병대를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아내에 발끈하며 “난 피를 싫어하는 것뿐!”
이라고 받아 치는 남편.
이렇게 티격태격하며 함께해 온 세월이
어느덧 70년이다. “산호랑이야, 고집 센
우리 할배 좀 잡아가라~”하면서도,
남편이 걱정돼 불편한 다리로도
험한 산행에 꼭 함께하는 아내의 모습엔
모진 세월을 함께 견디며 살아온
남편에 대한 애정이 담뿍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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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짝꿍에서 산골 부부로,
70년의 동행
부부의 인연은 70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가 한 해 일찍
입학하며 한 교실에서 동 학년을 보낸
두 사람. 남편은 얌전한 모범생 아내에게
뱀을 잡아 던지던 소문난 개구쟁이였다.
그런 소년이 사랑에 눈을 뜬 건 중학생 시절,
가로수 아래서 책보를 든 채 비를 피하던
아내의 모습에 홀딱 반하면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뻤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딸 셋을 낳아 키우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사업이
승승장구하며 남 부러울 것 없던 그때,
불행이 찾아왔다. 연쇄 부도에 휘말려
전 재산을 잃고 자식들까지 신용불량자로
만들게 된 것. 부부는 죽을 마음을 먹고
맨몸으로 산에 들어왔다. 환갑이면 노후를
즐길 나이라는데 부부에겐 집도, 돈도,
먹을 것도 없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겨울 산에서 실한 알밤들을
발견한 부부. ‘먹을 게 있는데 살아야지.’란
생각에, 그저 묵묵히 땅을 팠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잊을 생각에,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땅을 다져 몸 누일 곳을 만들고, 밭을
만들었다. 그런 남편을 보고 아내는
원망 한 번 안 했다. 손가락 마디가
모두 휘어버릴 정도로 일하는 남편 곁을
묵묵히 지키며 먹을 것을 구해와 나눠 먹었다.
그렇게 인생의 큰 시련을 이겨낸 부부.
“당신 없인 못 살았다. 고맙다.” 말하는
남편에게 “제발 저승엔 따라오지 말라.”고
손사래 치는 아내지만 함께 보낸 세월 동안
쌓아온 정은 누구보다 깊고 진하다.
# 자식 잃은 아픔까지 함께 이겨내며
행복을 찾아가는 부부
그렇게 지독하게 힘들었던 인생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나 싶었는데, 다시 애끊는
고통이 찾아왔다. 딸 셋 중에 가장 살갑고,
여렸던 둘째 딸이 유방암으로 투병하다
한 달 전 먼저 세상을 떠난 것. 말 많고
탈 많았던 인생을 보내며 이제 웬만한
시련쯤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아니었다. 딸 사진 앞에
딸이 좋아하던 떡과 과일을 올리며 부부는
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전화해 엄마 아픈 곳을 걱정하고,
라일락꽃이 필 때면 전화해 “엄마,
그 향기 좀 보내줘.” 했던 딸. 결혼식 전날
아빠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며 “잘 살게요.”
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변변치 못한 부모로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에 더 미안하고 아픈 마음. 하지만
이 슬픔도 결국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슴에 자식을 묻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다시 하루를
살아가는 부부. 함께 복지관을 찾아
왈츠를 배우고, “인생이란 그런 겁디다~”란
노래를 뽑아내며 인생의 황혼기를
곱게 물들이고 있다.
방송일시: 2026년 6월 7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