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736회
오뚝이 춘화 엄마와 금요일의 아들
# ‘일쟁이’ 어머니가 밭으로 향하는 이유
전라남도 여수의 돌산도에서 ‘일쟁이’로
소문난 박춘화(78세) 씨. 스물셋에 결혼해
오 남매를 뒀지만, 그중 자식 셋을 가슴을
묻었다. 그 슬픔을 잊고자 남편과 함께
꽃과 토마토 농사를 억척스레 지었다.
일이야말로 춘화 씨를 살게 하는
동아줄인 것. 하지만 9년 전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춘화 씨의 일상은
더 치열해졌다. 밤마다 펼쳐보는
가계부에는 “하자, 주자, 배우자,
자기 탓 말고 남 탓 말고”라는 좌우명이
또박또박 적혀 있다. 배움이 부족했던
시절의 한을 풀기 위해 50년간 써온
기록은 어느새 춘화 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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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금요일 384km를 달려오는 효자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에서 인쇄소를
하는 큰아들인 강순식(55세) 씨가
어머니를 찾아온다.
돌산도까지 384km의 먼 길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달려온 지 9년째. 홀로 계신
어머니가 행여 슬픔에 잠길까 걱정되는
마음에 단 한 번도 발길을 쉬지 않았다.
아들이 오는 날이면 춘화 씨는 평소보다
더 활기를 찾는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가득 채운 정성 어린 밥상.
맛있게 먹는 아들 얼굴만 봐도 춘화 씨의
얼굴엔 환한 웃음꽃이 핀다. 다음날,
부지런히 어머니의 갓 농사를 돕는 아들.
모처럼 밭엔 생기가 돌지만, 모자의
마음 한구석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가을만 해도 아들이 하루 최고 1톤까지
팔았는데, 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서
주문이 뚝 끊겨버렸다. 판매를 도맡은 아들은
어머니의 걱정이 깊어지자, 속이 타들어 간다.
모자가 함께한 주말은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고, 아들은 다시 서울로 향한다.
아들이 떠난 자리, 다시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은 빈집에서 춘화 씨는
일주일 뒤 돌아올 아들을 기다린다.
# 갈아엎은 밭에도 다시 봄은 올까
며칠 뒤, 춘화 씨는 애써 일군 갓밭을
갈아엎었다. 넉 달간 애태우며 키운 노력이
트랙터 아래 단 20분 만에 사라진
허망한 날.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 펼친
사진첩에는 7년 전 차 사고로 떠난
막내의 얼굴이 담겨 있다. 자식 잃은
슬픔을 잊으며 몸에 부서져라, 밭일에
매달려 온 세월. 하지만 애써 일군 밭마저
갈아엎자, 그간 꾹꾹 참아온 춘화 씨의
서러움도 터져버리고 만다.
그날 밤, 어머니 걱정에 먼 길 달려온
큰아들 순식 씨. 막냇동생을 보낸 뒤
걱정이 많아진 어머니의 당부대로
고향집이 아닌 여수 시내 숙소에
짐을 푼다. 숙소 안에는 어머니 곁을
지키며 일하기 위해 마련해 둔
인쇄 장비들이 가득하다. 홀로 계신
어머니 생각에 아들 역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과연 모자는
이 시련을 딛고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방송일시: 2026년 4월 19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