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39화 미리보기
할아버지의 아랫목
▲ 할아버지의 따뜻한 아랫목
전라남도 진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시골집
담장을 매일 넘나드는 소리가 있다. 바로
할아버지의 빨랫방망이 소리다. 검버섯 핀
주름진 할아버지의 손은 새카매진 양말이 때를
벗고 하얗게 될 때까지 때리고 비비고 삶아내는
일을 3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정성스레
빤 양말을 말릴 때면 늘 할아버지의 잠자리
제일 따뜻한 아랫목을 기꺼이 내어준다.
할아버지의 금쪽같은 손주들 수빈, 다빈,
예빈에게 따뜻한 양말을 신겨주고 싶어서다.
곤한 잠 한 번 못 자면서도 새벽마다 손주들
방을 들여다보고, 등교할 때면 손주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까치발 딛고 서서 배웅하는
할아버지. 이렇게까지 손주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건, 손주들에겐 할아버지가 유일한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 삼 남매의 소중한 할아버지
6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와
수년째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 덩그러니 남겨진
삼 남매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거둬준 건, 바로 외할아버지. 함께 산 지 3년.
부모 없는 아이들이라고 남들에게 눈총
받을까 봐 늘 노심초사하며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베풀어 준 할아버지 덕분에 삼 남매는
누구 하나 삐뚤어지지 않고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대학 진학 때문에 곧 서울로 떠나야 하는
첫째 수빈이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렵사리 등록금을 마련해준 할아버지 덕에
포기하려던 대학을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둘째 다빈이는 전교 부회장으로 할아버지의
자랑이 됐다. 뭣보다 막내 열두 살 예빈이는
할아버지와 오빠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올여름, 갑작스럽게 1형 당뇨 판정을 받아
매일 혈당 체크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가족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 피보다 진한 정(情)
아픈 예빈이를 위해 도라지를 심고 캐고
달이면서도, 마음만이라도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워주고 싶어 따뜻한 양말을 준비해주는
정성에도 할아버지는 손주들에게 늘 부족한 것만
같다. 가슴으로 품은 손주들이기에 더 애달픈
자식들. 사실 할아버지와 손주들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 손주들의 외할머니와 재혼한
할아버지.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삼 남매를
부탁한다는 유언에 지금껏 애처로운 손주들을
품어왔다. 같은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한 정을 나눈 할아버지와 손주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됐다. 자신에겐 돈 한 푼
쓰지 않고 계절마다 옷 한 벌로 지내는
할아버지가 늘 마음 쓰였던 삼 남매. 할아버지와
맞는 네 번째 겨울, 올해의 끝자락에 할아버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아랫목의 온기를
선물하는데...
방송일시 : 2019년 12월 28일(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최형준 / 프로듀서 : 김석희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김예지 / 글. 구성 : 이지선
/ 조연출 : 서일수 / 서브작가 : 김다은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