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477화

 

열한 살 소녀의 민박집

 

√ 손님을 기다리는 소희와 소연이

인제의 한 산골 마을. 작고 오래된 민박집의

안방마님은 11살 소희와 9살 소연이다.

방과 후면 늘 달려와 민박집을 쓸고 닦는 자매.

오래된 민박집이라 매일 환기와 청소를

열심히 한다는데. 자신만의 청소 비법으로

민박 청소를 하는 건 물론 이불과 베개를

햇볕에 말리고 주기마다 이불 빨래까지 하는

자매. 화목보일러를 쓰는 민박집 땔감을

구하려 아빠와 함께 깊은 산속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매가 이토록 민박집 청소에

열을 올리는 건 민박집 손님이 드물기 때문이다.

알음알음 아는 손님만 오는 민박집. 9월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었다는데... 어린 자매가

이토록 손님을 기다리는 이유.

선천적 언어 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빠 때문이다. 민박집에 손님이 없어

생계가 어려워지고부터 아빠는 일용직 일을

나간다. 새벽에 일을 나가는 아빠는 다쳐서

오는 일이 부지기수. 그마저도 일이 없어

걱정하는 아빠를 볼 때마다

자매는 속이 상한다.

 

 

 

 

√ 자매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아빠

선천적 뇌병변 장애로

오른쪽 손 운동기능 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진

아빠 형순(51세) 씨. 20년 전 인제군의

‘농어촌민박 지원 사업’ 지원금에 대출을 더해

어머니와 함께 민박집을 시작했다. 장애 때문에

정기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아빠에겐

더없는 기쁨이었다. 베트남 국적의 아내와

결혼하고 예쁜 두 딸까지 얻으면서 아빠의

행복은 계속될 거라 믿었는데 시련은 갑자기

닥쳐왔다. 오래된 민박집에 손님이 줄고

코로나19까지 겹쳐 3년간 돈벌이 없이

고생해야 했던 아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4월엔 아내와 이혼까지 했다.

아이들 돌보는데 소홀했던 아내가 해선

안 될 행동까지 했기 때문인데...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야 했던

아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어린 딸들을

챙기고 싶지만 한 달에 백만 원에 가까운

빚 이자를 갚으려면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한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아빠가 살아가는 건

이웃과 친구들 덕분. 엄마 없는 아이들을

위해 반찬을 챙겨다 주는 초등학교 동창과

일을 알아봐 주는 이웃. 그리고 오래된 민박집을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손님들 덕분이다.

 

√ 당찬 소녀 소희의 아빠 사랑법

선천적 뇌병변 장애 때문에 오른쪽 손으로

세밀한 작업을 하지 못하는 아빠 대신 소희는

칼질을 하고 부엌일을 배워나갔다. 아빠가

부담될까 학원은커녕 작아진 가을옷도

그냥 입곤 한다는데. 부족한 수학 실력은

쉬는 시간에 담임선생님께 물어 채워나가면

된다는 당찬 소녀. 소희의 눈이 반짝거리는

순간은 아빠가 민박 예약전화를 받는

순간이다. 여름 성수기에 잠깐 왔다

가을 겨울이면 통 얼굴을 보기 힘들다는

손님들. 그러니 한명 한명이 귀하다.

오는 손님은 소희네 민박 매력에 푹 빠지게 해

단골손님으로 만들려 노력한다는데.

손님을 위해 청소는 기본. 집 근처 천에서

메기를 잡아 선물하던 소희. 이번엔

새로운 이벤트도 준비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빠를 위해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소희. 한 달에 열 팀씩

손님을 받는 그날이 올 때까지 소희의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후 469회 ‘숙희 씨와 약초 남매’

(2024년 8월 17일 방송) 후기가 방송됩니다.

 

방송일시 : 2024년 10월 12일

(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손종호 / 프로듀서 : 김은주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박찬혁 / 글. 구성 : 이은진

/ 조연출 : 박재희 / 서브작가 : 하지원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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