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638회 미리보기
두메산골 노부부의 고사리 연가
# 산비탈 고사리밭의 신여성, 삼순 씨
지리산 토끼봉 아래에 있는 범왕마을.
산비탈 밭에서 고사리 농사를 짓는
문삼순(79세) 씨와 최성래(88세) 씨 부부가
산다. 중학교에 다니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삼순 씨. 친척의 소개로 얼굴 본 적 없는
신랑 찾아 두메산골로 시집왔다.
처음엔 낯선 산골생활로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적응하자마자 오지 개척에 나선 열혈 신여성.
이발소를 못 가는 동네 주민들의 전담 이발사를
자청했고, 새로운 농사법을 익혀 이웃에게
전파했다. 고사리는 물론 담배와 누에 농사까지,
천상 농부인 남편 따라 열심히 일했고, 지금도
남들보다 일을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6년 전부터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등이 굽었지만, 여전히 의지가 충만한 삼순 씨.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신문물을
익히고 배우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 아내를 위한 종종걸음, 88세 흑기사
고사리 채취부터 주문 접수와 택배 발송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삼순 씨. 그런데 언젠가부터
크고 작은 실수와 착오로 포장한 박스를 뜯고
부치기를 반복한다. 그때마다 삼순 씨 곁을
지키는 남편, 성래 씨. 올해 여든여덟 살로
하루가 다르게 몸이 무거워져도 아내를 돕고자
종종걸음이다. 젊은 시절엔 손만 대면 일이
잘된다고 이웃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성래 씨.
가난한 형편으로 학교를 마치지 못했지만,
‘나쁜 짓 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라’는
어른들 말씀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부지런히 살았다. 그런데 5년 전 감나무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후로 모든 일에 제동이
걸렸다. 봄마다 산비탈에서 고사리를 꺾느라
고생하는 아내를 보면 안쓰럽고,
미안해서 죄인이 된 심정이다.
# 고사리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는 부부
며칠 뒤, 고사리 채취를 도우러 온 큰아들 내외.
아버지 몫까지 하느라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일을 줄이시라 말린다. 매번 반복되는
잔소리가 불편한 삼순 씨. 이때 성래 씨가
“일은 재미로 하는 거야” 하며 은근슬쩍
아내 편을 들어 준다. 그날 오후, 큰아들 부부가
돌아가자, 부리나케 고사리를 꺾어온 삼순 씨.
비 소식이 있는데도 고사리를 삶겠다고 하자
남편이 반대하고 나섰다.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은 그만하고 쉬라고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아내. 그렇게 고사리를 두고
한참 실랑이하던 중, 삼순 씨가 혼자서
아궁이에 불 피우겠다고 나서는데....!
방송일시 : 2024년 5월 26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