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631회 미리보기

 

흥쟁이 산골 할매와 효녀 영애

 

# 깊고 깊은 산골짝 마을에 모녀가 산다

 

방송국에서 연락 왔다는 말에

“에이, 거짓말 하지 마소. 이 골짜기까지

그 귀한 서울 방송국에서 왜 옵니까?” 다들

못 미더워할 만큼, 깊은 산골짝 마을,

경북 김천 ‘삼실’. 한국전쟁이 난 지도

몰랐을 만큼 오지다. 삼실에는 89세 나이에도

산에 올라 땔감을 하고, 그러고도 힘이 남아

온갖 유행가를 좔좔좔 쏟아내는

흥쟁이 어머니 김판순 씨와 우리 엄마 잘한다며

덩달아 몸을 흔들어대는 딸 전영애 씨(69세)가

산다. 재를 세 개나 넘어 산골짜기로

시집왔다는 엄마와 산골에서 태어나

한 동네 오빠에게 반해, 평생 산골살이를

면치 못했다는 딸. 넘치는 흥도, 맛깔난 입담도,

그리고 산골 살이 운명도 모전여전이다.

그런데 한 마을에 살면서도, 모녀는 따로

떨어져 산다. 딸이 밥 한 끼를 대접하려 해도

, 숟가락 내려놓기 무섭게 당신 집으로

부랴부랴 가버리는 판순 씨. 자식에게

누 끼쳐선 안 된다는 게 판순 씨의

인생철학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가파른 언덕을 올라, 매일같이 엄마 집으로

향하는 딸 영애 씨. 삼실마을에 깊은 것은

골짜기만이 아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모녀의 정도 깊고, 애틋하다.

 

 

 

 

# 엄마의 사무치는 그리움을

헤아리는 효심 깊은 딸

 

오늘은, 모녀의 시래기 삶는 날. 시내에서

시래기 국밥집을 하는 막냇동생을 돕기

위해서다. 가마솥에서 푹 삶기는 시래기를

보고 있자니, 옛 기억이 떠오르는 영애 씨.

‘시래기 중학교’라고 불렸던 야학에라도

다니고 싶었지만, 6남매 중 맏딸이었던 그녀는

없는 형편에 동생들 앞길을 막을까 싶어

학업도, 꿈도 포기해야 했다. 철없던 시절에는

엄마가 원망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그 덕에

고향에 남았고, 지금껏 엄마 곁에 살 수 있어

후회는 없다. 사실, 가슴 아프기는 판순 씨도

마찬가지다. 딸에게 연필 한 자루 쥐여주지

못했던 시절보다 더 혹독한 세월을 살았던

판순 씨. 세 살 때 부모를 잃고, 모정이라고는

모르고 자랐다. 세상 모든 이들이 엄마 없이

큰 줄만 알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모정을

가르쳐 준 건 시어머니였다. 시어머니는

판순 씨를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해 줬지만,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어느덧 5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무치는 그리움에 매일

시어머니의 묘소로 향하는 판순 씨.

산수유꽃을 한 아름 들고 가, 시어머니에게

봄을 선물한다. 딸 영애 씨는 그 모습마저

안타까워 엄마의 기분 전환을 위해

시내 나들이를 제안하지만, 판순 씨는

한사코 거절한다. 결국, 영애 씨는

동생들을 집으로 불러 모아 엄마가

좋아하는 두부 만들기를 모의한다.

 

# 가깝기에 헤아리기 어려운 마음도 있는 법

 

산골 마을에 집배원이 찾아왔다.

판순 씨네 집으로 배달된 한 통의 우편물,

보건소에서 온 건강검진 통지서다. 손주에게

한글을 배웠다며 더듬더듬 읽어 내리는 판순 씨.

무슨 내용인지 다는 모르겠지만, 검사받으라는

말만은 알겠다. 영애 씨는 어려운 거 아니라며

검사 한번 받아보자고 해보지만, 판순 씨는

절대 싫다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운다.

당신 몸은 당신이 안다며, 건강을 타고나서

괜찮단다. 속내는, 혹여 문제라도 생기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싶은 두려운

마음에서다. 이러다 큰 병이라도 발견되면

큰일인데, 영애 씨는 노모 걱정하는

자식 마음을 눈곱만큼도 몰라주는 엄마가

야속하다. 속상한 마음에 엄마에게 처음으로

싫은 소리를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영애 씨. 마음을 달래려 손에 일을 잡아보지만,

허리가 아파 일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속상한 마음을 안고, 끙끙 앓아누웠는데

집으로 누가 찾아왔다. “영애야, 전영애야!

엄마 좀 봐.” 판순 씨의 목소리다. 눈빛만

마주쳐도 흥겨운 노랫가락을 쏟아내던

산골 모녀는 고집스러운 그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방송일시 : 2024년 4월 7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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