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732편 미리보기
내게 와, 겨울
찬 바람 불고, 코끝이 시려도
오매불망 이 계절을 기다렸다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추운 곳에 터를 잡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며
따끈한 음식으로 삶의 위로를 받는다는 사람들.
이들에게 겨울은 황량하고
쓸쓸한 계절이 아니다.
겨울이어도 행복하여라.
추울수록 더 좋다는
사람들의 특별한 겨울을 만난다.
1부. 겨울이라 좋다
12월 25일 (월) 밤 9시 35분
면적의 70%가 높은 산으로 이루어진
국토 정중앙 최북단, 양구.
그래서 양구의 겨울은 매섭다.
그런 양구의 겨울이 반갑고 좋다는
곽영식, 남미경 부부.
7년 전, 잘나가던 직장을 관두고
연고도 없는 강원도 산골 마을에
한눈에 반해 터를 잡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는 부부.
이들 부부에게 겨울은 야생 캠핑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
자신이 사용할 캠핑용품을 손수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는 남편 곽영식 씨.
그는 집 한편에 소박한 그만의 대장간을 만들었다.
뜨거운 불에 달구고, 두들기며 칼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손수 만드는
그의 캠핑 장비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
그런 못 말리는 남편의 캠핑 사랑을
묵묵히 지켜봐 왔다는 아내 남미경 씨.
산도 탈 줄 모르던 서울 토박이 아내는
이제는 알아서 척척 손수 해먹을 칠 수 있을 만큼
야생 캠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계곡물로 끓인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남편이 만들어준 어묵탕에 얼었던 몸을 녹이고
나무에 해먹을 걸고 누워 만끽하는
겨울 숲의 햇살은
부부만의 행복한 겨울나는 법.
그런 부부의 집에
행복한 겨울 나는 방법 배우겠다고
80년 된 도끼 들고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과연, 이 손님은 부부의 겨울 나는
비법을 제대로 배워 갈 수 있을까?
땀 나니까 보람차고, 움직이니까 더 따뜻한
부부의 산중생활을 만나보자.
2부. 겨울 강화 미식로드
12월 26일 (화) 밤 9시 35분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물목이었던 강화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항상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강화 사람들의 음식에는
삶과 애환이 담겨있다.
강화도 초입에 세워진 ‘갑곶돈대’는
고려 시대 강화해협을 외세로부터 지키던
54곳의 돈대 중 하나였다.
당시, 침략한 몽골군에 대항하기 위해
강화도로 천도한 고려 왕에게
강화 백성들은 먹을 것을 진상했는데
그때 만들어진 음식이 바로 ‘젓국갈비’.
명맥이 끊어진 이 강화도 토속음식은
다시 주민들에 의해 복원됐는데
김부전 씨도 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
7남매 맏이로 시집와 집안을 일궈내게 해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우리나라 서쪽 최북단인 강화도.
그중에서도 서북쪽 끄트머리
섬 속의 또 다른 섬 교동도는
한국전쟁 당시 북측 황해도 연백군 출신의
실향민들에게 둥지가 되어주고 있는
고마운 섬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대룡 시장.
최봉열, 방영길 씨는 사랑방에 모여
그 시절 추억이 담긴 강아지떡과
꿩 대신 닭고기를 넣고 만든
커다란 김치만두를 빚어 먹으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오랜 세월 외세의 침략에 맞선 국방의 요충지,
그 유구한 역사 속에 생사고락을
나눈 이웃의 따뜻한 정이 있는
강화도로 독일인 에밀리가
겨울 미식 기행을 떠난다.
3부. 앤더슨의 포천 방랑기 ① - 영평천 물길 따라
12월 27일 (수) 밤 9시 35분
‘물을 품은 곳’이라는 이름답게
예부터 깨끗하고 수려한 물을 자랑하는
경기도 포천.
‘덕순이’ 앤더슨이
그 물길을 따라 겨울 여행에 나섰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협곡을 자랑하는 ‘한탄강’.
겸재 정선이 화폭에 제일 먼저 담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 자랑하는 이곳에서
7명의 한탄강 어부 중의 한 사람,
김은범 씨를 만났다.
바닥에 돌이 많아, 고무보트를 타고
직접 노를 저어 고기를 잡을 수밖에 없다는
33살 젊은 어부.
참마자, 모래무지, 피라미까지.
몸은 고되지만, 어복만큼은 겨울에도 넘쳐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젊은 나이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엄마 서명자 씨가 끓여내는 매콤한 ‘어죽’ 한 그릇.
그 뜨끈한 사랑에 추위는 눈 녹듯 녹을 수밖에.
한탄강이 어부들의 삶이 녹아 있다면,
한탄강 지류 영평천은
옛 선비들의 풍류가 살아있다.
조선 후기 도봉산, 금강산과 함께
3대 명승지로 위세 누린 포천 금수정.
금강산 가던 길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영평천 벼랑 위
이 정자 아래엔 ‘푸를 창(蒼)’,
‘구슬 옥(玉)’ ‘병풍 병(屛)’
구슬처럼 맑은 강물이 병풍 같은 절벽을
휘돌아 나간다는 의미의 ‘창옥병’이 있다.
이 거대한 바위에는 조선 시대 문인이
남긴 흔적도 남아있는데.
풍류의 고장, 포천.
이곳에서 활을 직접 만들어 쏘며
우리 전통 무예 활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조복섭 씨.
농한기인 겨울은
그에게 풍류를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세월 따라 멋이 깊어가는 그곳으로 떠나보자.
4부. 앤더슨의 포천 방랑기 ② - 따뜻하다, 겨울 숲
12월 28일 (목) 밤 9시 35분
물과 숲이 어우러진 포천에는
자연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겨울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는
다름 아닌 지장산 기슭에 자리한
도연 스님의 작은 암자.
새벽 예불 후 새들에게
가장 먼저 아침 공양을 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스님의 일과는
새들에 맞춰 있다.
곳곳에 새들이 좋아하는 곡물을 놓아주고.
직접 판자를 잘라 만든 새 둥지를
곳곳에 만들어주는 산새 스님.
스님에게 새는 함께 지내는 가족이고,
벗이자 스승이다.
왕이 다녀간 산이라는 의미의 왕방산.
예부터 왕들이 즐겨 찾던 사냥터였던 이곳은
사계절 푸르른 170만 평 잣나무숲이 자랑.
그래서일까? 산자락 아래 자리한 지동산촌마을은
겨울에도 고소한 내가 진동한다.
세월이 깃든 집게로 깐 잣으로
잣죽과 잣 강정을 만들어 먹으며
긴 겨울을 나는 지동산촌마을 사람들.
그들의 겨울은 고된 하루를 잊게 할 만큼
고소하다.
겨울에도 푸르러라. 포천의 겨울 숲이여.
그 숲으로 지금 앤더슨이 떠나본다.
5부. 두루미의 땅, 철원 DMZ를 걷다
12월 29일 (금) 밤 9시 35분
겨울,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
그래서 겨울에 더 빛나는 곳, 철원이다.
겨울엔 왜 철원에 가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여행작가 태원준이
철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철원의 겨울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한탄강 ‘물윗길’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열리는 이 길은
물 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한탄강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백미.
겨울에만 열리는 특별한 길은 또 있다.
금단의 땅, DMZ내 민통선으로 들어가,
겨울 철새 두루미를 관찰하는
탐조 관광길이 바로 그것.
한국전쟁 당시 2만 7천여 발의 포탄이 쏟아지며
산봉우리가 마치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을
연상케 한다며 이름 붙은 이른바
‘아이스크림 고지’ 전망대에서 보는
고고한 두루미 떼의 군무는
이 계절만 누릴 수 있는 호사.
매년 철원을 찾아오는
반가운 겨울 진객 두루미에게
청치, 옥수수, 밀 등 매일 700kg의 먹이를
나눠주며 공존하고 있는 양지리 사람들의
겨울은 그래서 따뜻하다.
겨울이 오면 철원을 찾는 건
비단 두루미뿐만이 아니다.
메주를 빚기 위해 온 가족이 모두 모인다는
한상필 씨 가족. 새벽 4시에 일어나 콩을 삶고,
얼굴이 까맣게 돼도 행복하단다.
메주를 빚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청국장은 겨울 별미.
코끝 시린 겨울이면 더 그리운 그곳.
지금, 철원으로 겨울을 만나러 간다.
기획: 류재호, 이 호
촬영: 정석호
구성: 이지예
연출: 정완훈
((주)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