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722편 미리보기
살아있네, 가을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만물이 결실을 맺는 계절.
산과 들과 바다엔 풍요와 충만함으로
가득 깃드는 축제 같은 가을이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바다에선 주꾸미, 새우, 숭어, 망둥어 등
가을 진객들이 찾아오는 계절.
가을 사냥꾼들도 바빠지는 계절이다.
그 집 부엌에선 ‘올 한해도 수고했다’ 말해주듯
가을이 준 선물들로 밥상이 차려진다.
가을의 풍요의 행복을 맛보기 위해
1년을 기다려온 사람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들의 가을을 함께 맛본다.
1부. 서해 바다 주꾸미 대첩
- 10월 16일 (월) 밤 9시 35분
매년 가을이면 충남 보령 서해 앞바다에선
가을 주꾸미를 찾아 나선
수백 척의 낚싯배들로 성황을 이룬다.
그 풍경이 마치 ‘주꾸미 대첩’을 보는 듯하다는데.
주말 아침, 보령 앞바다 주꾸미 대첩에 참가한
형형색색의 고무배들의 정체는 ‘밸리 보트’.
벨리보트 동호회 사람들은 가을이면
‘주꾸미 데이’를 정하고
서해 바다 주꾸미 대첩에 나선다는데..
조과 목표는 다들 100마리, 200마리,
300마리까지.. 포부들이 남다르다.
‘작은 배를 타고 주꾸미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잠시 바다에선 쉴새 없이
주꾸미들이 걸려든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잡는 재미는 가을 주꾸미 만한 게 없단다.
주꾸미 낚시가 끝난 뒤,
누가 많이 잡았나 무게를 계측해
주꾸미 시상식을 여는 것도 하나의 재미.
함께 잡은 주꾸미들로 주꾸미 짬뽕과
갑오징어찜을 먹으며
낚시의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원산도의 초전항 역시 다리가 생기고
터널이 생기면서 전국 각 곳에서 몰려든
주꾸미 낚시꾼들로 바쁘다.
고향으로 돌아온 선장 신동원 씨 역시
주꾸미 포인트를 찾아 오늘도 열심히 운항한다.
수십 수백척의 주꾸미 낚시배들이
몰려드는 서해 바다.
이맘때면 덩달아 바빠지는 이들이 있으니
각종 사고들을 대비해 안전을 점검하고
단속에 나서는 해양 경찰들이다.
과연 부푼 기대를 안고 나선
서해 바다 주꾸미 대첩의 결과는 어떨까?
가을 바다의 진풍경,
서해 바다의 주꾸미 대첩 풍경을 담는다.
2부. 바보섬 홍합 캐는 날
- 10월 17일 (화) 밤 9시 35분
목포에서 출발해 흑산도를 거쳐
또 다시 20여분 바닷길을 달려가야 하는 섬,
영산도 배를 두 번이나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오지 섬이지만 눈에 닿는
모든 풍경이 그림 같아 아름다운 곳이다.
땅을 수십 번을 파내도 돌만 나온다는
척박한 땅의 영산도.
영산도 사람들을 배불리 먹고 살게 해준 건
바다가 내어준 풍요로움이다.
가을이면 크기도 맛도 남다른 대물 홍합들이
갯바위에 지천. 봄에 2주, 가을에 2주 1년에
약 36일 정도만 홍합을 딴다는 섬 사람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공동 채취,
공동 분배해 욕심 없이 살고 있다.
오늘은 홍합 캐기 달인인 할머니들과 함께
바다로 가는 날. 80이 넘었어도 홍합 캘 때만큼은
기력이 거뜬하단다.
신이 나게 따시는 할머니들.
어느새 망태기에는 홍합이 가득하다.
금방 따온 홍합으로 먹는 홍합전과
칼국수는 가을 별미로 손색이 없다.
영산도를 이끌어 가는 이들은 섬에서 나고 자란
이장 최성광 씨와 사무장 구정용 씨.
코끼리바위부터 사자. 할아버지 바위까지..
영산도 앞바다의 숨은 보물찾기는
재미에 빠져있단다.
바다 건너 장 봐오는 일부터 할머니의
심부름까지 이장 성광 씨의 몫.
이장 최성광 씨가 운항하는 연락선을 타지 않으면
영산도로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
바보섬의 가을을 만나러
머나먼 오지섬, 영산도를 찾아 떠난다.
3부. 강화도 가을 사냥
- 10월 18일 (수) 밤 9시 35분
강화도 여차리에 한봉희씨와 이웃 사람들은
가을은 고구마 수확으로 바빠지는 계절이다.
해풍을 맞고 자란 속노란 강화 고구마는
생으로 베어 물어도 달콤함 그 자체.
벼 베던 콤바인을 트랙터로 개조해
갯벌 자가용으로 쓴다는 여차리 한봉희씨.
풍성한 가을 수확은 강화 앞바다에 펼쳐진
갯벌에서도 이루어진다.
갯벌을 한참 달려 도착한 곳은
수평선과 함께 드넓은 그물망이 펼쳐진
강화도 앞바다. 강화도의 조수간만 차를
이용해 잡는 한봉희씨의 그물에는
가을 꽃게, 숭어, 망둥어들이 한 가득.
즉석에서 숭어로 회도 뜨고,
꽃게로 즉석에서 라면도 끓여
강화도의 드넓은 갯벌에서 풍성한 가을을 맛본다.
한편, 강화 교동도의 가을은 젓새우 잡이가
한창이다. 가을에 잡히는 새우젓은 추젓이라
불리는데 김장용으로도 쓰이고
약젓이라 불릴 만큼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단다.
베테랑 어부인 아버지 현상록씨와
20년 넘게 뱃일을 학 있는 아들 현지훈 씨.
이 곳 교동도의 젓새우 어벤저스라
불릴만큼 손발이 척척이다.
어릴 때는 사고도 치고
부모 속 좀 썩였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후계자.
미리 설치해둔 닻자망에는
빛깔 고운 가을 젓새우이 한가득.
잡아온 새우로 아내가 차려 준
젓새우 비빔밥을 맛보는 순간
오늘 하루 바다에서의 노고가 씻겨져 내려간다.
4부. 다래골에 가을이 물들면
- 10월 19일 (목) 밤 9시 35분
군인 남편 따라 인제 산골에 정착한 이순희 씨.
우연히 인제의 산골마을을 지나가다가
꼭 나중에 이곳에서 살 것만 같은
운명적인 느낌을 느꼈단다.
순희씨는 씩씩하면서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에
인제 다래골의 마당발.
오늘은 친한 동생 현선 씨와 함께
들깨밭 단풍 깻잎을 따기로 한날이다.
순희 씨네 들깨밭에 자란 단풍 깻잎과
꽃대를 함께 따서 들깻잎으로는 김치를 담그고,
꽃대로는 튀김을 만들어
소박한 가을 상을 차려 먹는다.
귀농한 이웃 부부의 오미자 수확 날,
순희 씨와 현선 씨가 출동했다!
가을의 붉은 보석 같은 오미자들을 수북이 따와
뽀얀 설탕을 버무려 주면 오미자청 완성.
가을 날씨를 제대로 느끼고 싶은 날이면
자작나무숲에 깃들어 사는 이건식 씨를 찾아간다.
코스모스가 산들산들 피어있는 풍경과
나무들이 뿜는 선선한 공기 덕에
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
장을 담그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는 건식 씨.
장 전문가인 그녀와 함께 순희씨,
현선씨는 가을 고추장과 막장을 만든다.
그녀가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와 비빔밥. 건식씨네 아름다운 마당에서
풍성한 가을 밥상을 즐긴다.
5부. 철원, 비밀의 문이 열리면
- 10월 20일 (금) 밤 9시 35분
북한 여행을 다녀와 화제가 됐던
네덜란드 여행가 바트 씨와
북한과 인접한 DMZ 철원으로 여행을 떠난다.
70년만에 개방된 생태 평화공원은
오래도록 사람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폭격을 맞아 휘어진 암정교, 지뢰 지대 등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쟁으로 긴 세월 사람의 발길 닿지 않아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비밀의 정원과도 같은 곳-
울창한 왕버들 나무 군락지등 용양보가 만들어낸
습지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용양보 통문을 지나면 금강산 철길에 발길이 닿는데
금방이라도 그 길 따라 금강산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든다.
가을 추수가 한창인 철원 평야의 주요 물공급처인
잠곡저수지를 따라 걸으면
마을 입구의 산 모양이 누에 같이 생긴
잠곡마을을 만날 수 있다.
잠곡마을의 뽕잎 농장을 가꾸는
김종화 강진선 씨 부부.
실제로 60년대에는 이곳 사람들이
누에를 많이 키우기도 하고 뽕나무도 많았다고.
농장에서 직접 키운 뽕잎을 수확하고
1년 농사인 나물을 데치고 말리는 일을
돕고 나선 바트씨. 뽕잎가루로 만든 김치전은
맛도 구수하고 색다른 맛이다.
여행의 마무리로 향한 곳은
잠곡리 복계산의 숨은 비경,
매월대 폭포를 찾아간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에서 웅장함이 느껴지는데..
철원의 숨겨진 비경과 이야기를 찾아
네덜란드인 바트씨와 함께
가을의 철원을 만나본다.
기획: 류재호
촬영: 박승국
구성: 김문수
연출: 서재권
(㈜박앤박 미디어)
방송일시: 2023년 10월 16일(월) 10월 17일
10월 18일10월 19일 10월 20일(금) 밤 9시 35분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