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81화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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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옷
√ 할머니의 새벽 장
겨울을 앞두고 추워진 날씨에도 새벽마다 거리를
나서는 사람이 있다. 바로 효숙 씨(61세)다. 5년 전
옥상에서 떨어져 머리 수술을 하고, 허리까지
다쳤지만 자기 몸 돌볼 새 없이 농사를 지어
새벽 장에 내다 파는 효숙 씨. 밤늦게까지 쪽파를
손질하고, 이른 새벽부터 장사하는 게 쉽지 않지만,
효숙 씬 손주인 예린이(10세)와 원우(8세)를
위해서 늘 묵묵히 해냈다. 5년 전 며느리가
집을 나가고, 아들마저 돈을 벌겠다며 떠난 이후
남매를 맡아 키웠던 효숙 씨.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일이 없었던 남편 종기 씨(65세)를
대신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손주들이 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
방학 중에 아이들을 두고 일을 다닐 수 없었고,
그 이후로 식당 상인들을 상대로 새벽 장사를
하고 있다. 어린 손주들의 등교 준비를 도와야
하기에 효숙 씨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뿐. 그 시간에 팔지 못하면 잎이
다 시들어져 버려야 하기에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한다. 동이 트고 아이들이 깰 시간이
다가올수록 효숙 씨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 의좋은 남매, 예린이와 원우
할머니의 정성으로 무럭무럭 자란 예린이와 원우.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면 예린이네 집은
구구단 외우는 소리로 가득해진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함께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동생 원우를 위해 예린인 매일 밤 숫자와
한글을 가르쳤다. 동생 원우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아침엔 원우를 씻겨 학교 갈 준비를 함께하고,
등교 후엔 1학년인 원우가 공부를 잘하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몰래 쳐다본다는 예린이.
점심시간엔 편식을 잘하는 동생 옆에 앉아
급식까지 챙겨주는 다정한 누나다. 낮엔 원우의
든든한 보호자 노릇을 하고 밤이 되면
빨간 대야를 앞에 두고 할머니와 마주 앉아
쪽파를 다듬는 예린이. 예린이와 동생이 쑥쑥 커
갈수록 할머니가 더 작아지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예린인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다.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옷
효숙 씨가 가장 속상한 건 사랑하는 손주들이
기죽는 것이다. 제 잘못도 아닌데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남매가 혹시라도 친구들에게
기죽을까 봐 효숙 씬 남다른 노력을 해왔다.
새벽 장에 나가 장사를 하다가도 아이들이
일어날 시간이면 집에 돌아와 아침밥을
챙겨주는 건 물론, 매일 깔끔하게 머리를 묶어주고,
깨끗한 옷을 입혀 학교에 보낸다는 효숙 씨.
하지만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늘 눈물짓는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먹는 것은 물론
입는 것까지 마음대로 해 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남매가 입고 다니는 옷들은 모두
알음알음 얻어온 옷들이지만 마음 여린 아이들이
혹여나 속상해할까 봐 얻은 옷을 깨끗이 세탁하고
정성껏 다림질해 새 옷처럼 준다는 효숙 씨.
효숙 씨의 바람은 하나다. 아이들이 더 큰 결핍을
느끼지 않고 티 없이 밝게 자랐으면 하는 것.
그 바람을 위해 효숙 씬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방송일시 : 2022년 10월 29일
(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정택수 / 프로듀서 : 김은주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김동환 / 글. 구성 : 이은진
/ 조연출 : 박성제 / 서브작가 : 장지원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