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48편 미리보기

 

내 인생의 한 끼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밥 한 끼가 위로될 때가 있다

힘들 때, 외로울 때, 누군가가 그리울 때

인생의 고단함을 녹이고 마음을 데워준

특별한 한 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엄마의 밥상부터

진짜 맛을 찾아 깊은 오지로 들어간

자연인 셰프의 밥상까지.

마음의 허기를 든든히 채워준

내 인생의 한 끼를 만나본다

 

1. 울 엄마 밥상

5월 16일 (월) 밤 9시 30분

 

전라남도 고흥, 강아지 짖는 소리가

마당을 가득 메운 시골집.

꼬부라진 허리에 다 헤진 슬리퍼로

흙밭을 오가는 배일엽 할머니는 올해로 98세다.

 

지팡이 없이는 편히 움직이지도 못하는 할머니지만,

밭일하는 순간만큼은 어느 청년보다 날쌔다.

그런 할머니의 곁에서 떠나지 않는 막내딸,

정진씨는 오롯이 엄마를 위해 시골로 내려왔다.

 

한평생 일만 하며 10남매를 키운 엄마.

이제는 엄마가 유유자적하게,

노년을 보냈으면 하는 정진씨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맛난 음식을

한번이라도 더 먹여주고 싶다는

바램으로 엄마와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지 2년째 되던 해.

담석증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할머니 곁에

남기 위해 정진씨는 모든 것을 팽개치고

엄마의 곁에 남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곁에 남은 딸을 보며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한 일엽 할머니.

입으로는 티격태격하는 모녀지만

마주잡은 서로의 손은 놓지 않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오후.

모녀는 서로를 위한 한끼를 준비한다.

엄마를 위한 든든한 보양식이 되는 녹두낙지죽은

일엽 할머니의 기력을 든든히 보충해주는 보양식.

딸을 위한 가오리찜은

엉덩이 붙일 틈도 없이 바쁘던 엄마가

 

명절이면 꼬박꼬박 해주던 음식.

서로의 인생의 한 끼를

서로를 마주보며 먹는 모녀.

두 사람의 소망은 오래도록

이 밥상을 함께하는 것이다.

 

 

 

 

2. 맛의 기억

5월 17일 (화) 밤 9시 30분

 

전남 영광에는 3년째 동거 중인 고부가 있다.

농사 초보지만 발랄한 며느리 원도경씨와

무뚝뚝한 박정순 할머니가 그 주인공.

결혼 전, 두 분을 모시고 살겠다고

시아버지와 나눈 약속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지키지 못했다.

홀로 남은 시어머니마저 외롭게 떠나 보낼까봐

도경씨는 한달음에 시어머니 곁으로 내려왔다.

 

도경씨는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잊지 못할 밥상이 있다.

바로 처음 시집오던 날 어머니가 차려줬던 밥상.

모처럼 고부가 함께 그날의 밥상을 다시 차려보는데

“엄마 이렇게 해야해, 저렇게 해야해?”

쉼 없이 시어머니에게 말을 거는 도경씨에 반해

정순 할머니는 묵묵부답.

이에 굴하지 않고 도경씨의 재잘거림은 끝이 없다.

모시송편을 빚는 순간에도

숯불에 굴비를 노릇하게 굽는 순간에도

쉬지 않고 정순 할머니에게 말을 건낸다.

송편 한번 빚고 열 마디

굴비 한번 뒤집고 열 마디.

그런 며느리가 싫지는 않은지,

어느새 정순 할머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느새 함께 먹는 식사가 익숙해진 고부.

사랑한다는 도경씨의 말에

작게 응답한 정순 할머니.

가족의 식탁에는 서로를 향한 사랑이 담겨있다

 

-

 

경북 영천, 소금창고를 나서는 조정숙, 홍지영 모녀.

오늘은 소금을 볶는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다.

집안 대대로 소금의 중요성을 배워온 정숙씨는

딸 지영씨에게 집안의 맛을 대물려주고 싶었고

지영씨 역시 뜻이 있었기에

어머니 밑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10년이 넘게 창고에 보관해둔 소금은

간수가 빠져 쓴맛이 줄어들어

훨씬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오늘 정숙씨가 지영씨에게 가르칠 요리는 들밥.

어릴적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

할머니가 내어갔던 ‘들밥’

그 맛과 정겨웠던 풍경은 육십이 훌쩍 넘어서도

잊지 못할 기억 속 추억의 음식으로

봄이면 딸 홍지영씨와 함께 어김없이 들밥을 만든다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볶은 소금으로

당근과 호박, 각종 나물을 볶아내는 정숙씨.

딸 지영씨 역시 두릅전을 부치며 일을 돕는다.

돔배기구이와 양념 듬뿍 바른 황태까지 노릇하게 굽고

빠금장까지 팔팔 끓여내면 들밥 준비는 끝.

하나하나 정성스레 바가지에 담아 차려낸 들밥.

들밥의 완성은 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바가지 하나에 각종 나물찬을 넣고

맛있게 비벼 먹는 것,

그제서야 비로소 들밥은 완성된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오래된 맛을 담아내는 정숙씨와

대를 이어 그 맛을 담아내는 지영씨.

그 추억의 맛을 함께 맛본다.

 

 

 

3. 산골로 간 셰프

 

5월 18일 (수) 밤 9시 30분

 

경북 청도, 녹음이 우거진 장육산.

1급 호텔 셰프였던 오호환씨는

직접 키운 재료로 진짜 맛을 만들기 위해

호텔까지 그만두고 산으로 들어왔다.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던 곳에

벽돌을 박고 울타리를 세우고, 산 이곳저곳을

자신만의 키친가든으로 만들었다는 호환씨.

산속에서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 끼 식사.

호환씨는 한끼를 먹더라도 정성을 들여

밥을 준비한다. 멋들어진 실력으로 칼을 가는

순간부터 시작된 그의 요리.

갓 캐낸 쑥으로 지은 밥, 각종 산나물 뜯어 만든 전,

직접 만든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

보기만해도 푸짐한 밥상에

꽃과 나뭇가지로 화려하게 장식하자

눈부터 배부른 멋진 산중 한 끼가 완성되었다.

 

산중에서 맛볼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할

화려한 음식 비주얼.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화덕에서 노릇노릇하게 굽는 닭불고기와

곤달비 쌈은 산 전체를 맛있는 냄새로 물들인다.

 

자연 속에서 맛있는 밥 한술 뜰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는 호환씨.

호환씨와 함께 산골에서 맛볼수 있는

최고의 밥상을 만나본다.

 

 

 

 

4. 너의 청춘을 응원해

 

5월 19일 (목) 밤 9시 30분

 

전북 김제, 농부가 되겠다며 귀농한 김기현씨와

아들을 따라 귀농한 아버지 철호씨.

두 부자의 하루일과는 감자밭에서 시작한다.

귀농 후 처음 도전했던 작물이었던 만큼,

늘 감자 캐는 순간만은

가슴이 터지도록 떨린다는 기현씨.

씨알 굵게 잘 자라준 감자를 보며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 기현씨다.

 

젊은 나이에 농업에 대한 생각을 품은 기현씨는

서른 두 살에 귀농을 결심했다.

아들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았던 철호씨는

기현씨를 위해 뜻에도 없던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렇게 부자는 어머니를 두고 3년 전,

외할머니가 살았던 김제의 시골마을로 내려와

낡은 시골집을 고쳐 살고 있다.

한편으로는 투닥거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정한 부자는

서로가 있어 귀농 생활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둘만 떠나보낸 기현 씨 어머니의 걱정은

다름 아닌 식사!

그러나 어머니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기현씨 부자는 밥 잘 챙겨먹기로 소문난 부자.

기현씨는 자취 경력으로 다져진 요리실력을 뽐내며

아버지 좋아하시는 겉절이도 능숙하게 무쳐내고

꽃게찜도 순식간에 완성한다.

요리와는 연이 없는 아버지도

백합 넣고 푹 끓여낸 백합탕만큼은 고수의 솜씨.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차려낸다.

 

둘만 있어도 괜찮은, 둘이라서 괜찮은 기현씨 부자!

그 기쁨이 온전히 담겨있는 인생 한끼를 만나본다.

 

-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핀 정선의 어느 시골 농장.

적화작업이 한창인 사과밭의 주인은

삼십대의 젊은 농부, 최보란, 윤정민 부부다.

 

농사에 뜻을 둔 두 사람은 농대에서 만나

졸업 후에 바로 결혼에 도달했다.

서로 뜻이 맞고, 목표가 같은 부부는 일사천리로

정민씨의 고향, 정선에 가서 농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항상 일을 도와주는 시어머니와 함께

오순도순 적화작업을 하는 부부.

6년만에 찾아와준 소중한 아이와 함께 하는

작업이기에 꽃을 다루는 부부의 손길이

여느때보다 부드럽다.

 

힘을 보태준 시어머니를 위해 부부가 준비한 특별식.

정성껏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아스파라거스 소고기말이가 그 주인공.

부부에게 아스파라거스는 의미가 남다르다.

농부라는 꿈을 안고 처음 지은 농작물!

그런데 재작년 폭설로 아스파라거스 하우스가

무너졌다. 농사를 포기할까 고민했던 부부!

심기일전! 노지에서 키워보기로 했는데

강인하게도 움을 틔우고 잘 자라주었다.

 

인생의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듯

한차례 시련이 있었지만 새 생명의 축복이

찾아왔듯 그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고

기쁘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청년 농부 부부의 따뜻한 봄날의 밥상을 만나본다.

 

 

 

5. 나의 로망 실현기

5월 20일 (금) 밤 9시 30분

 

충북 영동, 각호산 정상 아래,

도마령에 있는 통나무집.

이곳에는 나 홀로 귀촌한 송병덕씨가 살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쳐 3년 동안 산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남은 여생을 보낼 곳을 찾던 병덕씨는

도마령의 경치에 반해 자리를 잡았다.

나중에 올 아내가 편안하게 올 수 있도록

병덕씨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자급자족을 위한 텃밭 농사부터

계곡에 나는 산나물 종류 파악하는 것,

10여마리의 청계와 갓 태어난 병아리 돌보는 것,

참나무 원목 표고버섯 농사까지.

병덕씨는 아내를 위해 만능 귀촌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홀로 귀촌 후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바로 한끼 식사. 오로지 아내가 왔을 때

맛있는 밥, 따뜻한 밥 한끼

제대로 대접해주자는 마음으로 요리에 전념한

병덕씨.이제는 가마솥에서 각종 견과류를

넣어 만든 영양밥을 물론, 솥뚜껑에서

김치찌개까지 뚝딱 끓여낼 줄 아는 남자가 되었다.

 

-

 

강원도 평창, 무릉도원면을 끼고 흐르는 평창강.

자연이 만들어낸 하나의 걸작품 앞에서

감탄하는 두 남자, 이규석, 방길성씨는

밥으로 만난 30년지기 인연이다.

 

여행을 좋아하던 길성씨.

그날도 여행을 마치고 평창을 지나던 길에

도롯가에 있는 찻집을 들렸고

그곳에서 만난 이규석, 송옥선 부부는

첫 만남에도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며

갓 지은 따뜻한 밥 한술을 내밀었다.

그 밥 한그릇을 잊지 못해 이어진 인연이

어느덧 30여년.

 

심부전으로 한차례 삶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좋은 인연들과 함께 캠핑카 타고 여행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졌다는 방길성씨!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찻집으로 들어서자

늘 그렇듯, 옥선씨는 반갑게 맞이하며

정성껏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의 한끼는 소고기 무밥 정식.

한 숟갈 뜨자마자 그 온기가 몸 구석구석 퍼지는 맛에

길성씨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인생의 로망을 이루고 있는 남자들.

그들에게 있어 인생의 한끼는

지금 이 순간, 그대와 함께 먹는 모든 음식이다.

 

방송일시: 2022년 5월 16일(월) 5월 17일

5월 18일 5월 19일 5월 20일(금) 밤 9시 30분

기 획 : 정경란

촬 영 : 정석호

구 성 : 최향미

연 출 : 이성호

(㈜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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