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44편 미리보기

 

봄을 맛볼지도

 

언 땅 뚫고 새싹 움트듯 기지개 켜는 몸에서,

말랑말랑 간질간질 대는 맘에서 묘하게 당기는 맛.

떠올리기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고,

내 몸 위로 따뜻한 햇살이 비추며

코끝이 시큰하게 찡해지는 그 맛.

 

아픈 엄말 찾아, 따스했던 고향을 찾아,

한갓진 자유를 찾아, 인생의 쉼표를 찾아,

내 인생의 봄맛을 찾아 떠나는 기행.

봄을 맛볼 지도.

 

 

1부. 별 마실골 그 사나이

04월 18일 (월) 밤 9시 30분

 

강원도 양양, 흙 밟고 살고 싶다는 간절한 꿈 하나에

30년 도시 인생을 청산하고 달려왔다는 조승범 씨

쏟아지는 별들을 반찬 삼아

이 봄의 낭만을 즐기고 있다.

이 동네의 이름은 미나미골.

양양중에서도 가장 외지다고 소문난 이곳에

눈이 번쩍 뜨여 이사 왔다는 승범 씨.

달마다 머리 씨름 해야 하는

누추한 월세 시골집에도,

겨울바람처럼 시리던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을 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검은 하늘에 빼곡히 수놓아진

별들 때문이었다.

 

그 어느 날에도 환영받지 못하던 가장의 앞날을

가장 먼저 마중 나와 기다려주던 것이

이 집 앞마당의 별들.

꼭 별들이 마실 나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단다.

승범 씨는 그리하여 이 집의 이름을

별 마실골이라 정했다.

 

하나, 천국 같은 일상에도 댓가는 따르는 법.

밀려오는 월세는 물론이요,

계절마다 텃밭을 무성하게 이루는 잡초들의

향연에는 시시때때로 육체노동으로 답해야만

이 낭만 젖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초보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가리비 양식장까지 몸을 담그는 중이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꿈만 같다는

승범 씨에겐 천당 코스의 일부일 뿐.

바람이 부는 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맘껏 휘날리는 승범 씨의 앞날은 늘 봄날이다.

 

 

 

 

2부. 득량만 두 여자

04월 19일 (화) 밤 9시 30분

 

전라남도 고흥, 봄을 맞아 바다에서도 조개들이

활짝 피어오르고 있다는 득량만.

도시에선 나름 날개 달고 살았다는 종인 씨가

딸과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봄 찾아 날아왔다.

9년 전, 코끝에 먼지 한 톨만 들어가도

재채기가 나던 종인 씨였다.

하이에나처럼 도심을 누비며,

숨 쉴 곳을 찾아봤지만 종인 씨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던 것은 오직 내 손으로 만든 음식뿐

친정엄마로부터 전수 받은 뼈대 굵은 손맛만이

유일하게 가족을 품을 수 있는 길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항아리 속을 채워가던

장의 개수는 무려 150가지.

종인 씨는 넘치는 사랑을 이제 시골에서

풀어놓기로 했다.

그렇게 떠나온 것이, 남편의 고향 고흥 득량만,

낮에는 뜨거운 볕이 밤에는 큰 별들이

포근하게 감싸주던 기억이 그녀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결국, 옆집 뒷집 할 것 없이

종인 씨에게 활짝 열리고야 만 시월드.

하지만 이 맘고생마저 종인 씨에겐 힐링이었다.

이제는 누구보다 득량만을 사랑하게 된 종인 씨.

 

오늘은 그 사랑을 빼닮은 딸, 혜윤 씨가

종인 씨의 손맛을 배우는 날

산으로 바다로 이리저리 손 인사하는

나물 캐는 참 맛부터

뿌리 깊은 정성으로 빚어진 빨간 맛 고추장까지.

이 봄날 두 여인이 만드는 가장 푸른 밥상 만나본다.

 

 

 

3부. 오래된, 그래서 좋았던

04월 20일 (수) 밤 9시 30분

 

강원도 원주, 유난히 긴 겨울날에 봄 향기가

가장 간절해진다는 홍금순, 우명선 부부.

이곳에서 사람들과 쉼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공유숙소를 지어

직접 밥까지 차리게 됐다는데,

늦은 봄을 채우는 부부의 온정으로

강원도 원주 산골짜기에도 진짜 봄이 찾아왔다.

 

도예가로 활동하며 산속을 누비던

명선 씨와 금순 씨. 언젠가 찾아갔던

오지 민박에서 주인장의 따스한 한 끼를 맛봤다.

그곳에서 부부가 느꼈던 온기와 정성은

그 어떤 쉼보다 달콤했다고.

그리하여 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준다고

시작한 일이 지금의 민박집.

돌담부터 집 구석구석까지 부부의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단다.

쓰임이 다해 세월에 바래진 물건들을 갈고 닦아

명선 씨만의 멋으로 채워놓는 것 하며

손님들 이부자리에 광목으로 직접 호청 만드는

금순 씨의 지극정성 손재주까지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더 없는 쉼을

선물하겠다는 집념이 만든 부부의 결과물이다.

이토록 정성에 유난스러운 부부의

올봄 첫 작품은 바로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하는 꽃 도자기 만들기.

꽃은 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오늘 부부의 집에는 그 어디에도 없는

진귀한 봄이 펼쳐질 예정이다.

 

 

 

 

4부. 우린 남쪽으로 간다

04월 21일 (목) 밤 9시 30분

 

전라남도 무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런웨이를 걷는 모델 박세라 씨.

요즘은 햇빛 아래에서 땀 흘리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데. 어린 시절, 계절마다

피어오르는 작물들을 보며 세라 씨는

날마다 농사일로부터의 탈출을 꿈꿨다.

 

원했던 독립에 성공한 것은 20살.

모델로서 세라 씨는 도심을 맘껏 누비며

폼나는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차고 넘치던

열정도 잠시, 끝없이 아우라를 뿜어내던

세라 씨의 삶에도 쉼표를 찍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카메라에 비친 모습이 아닌 거울 속 세라 씨의

모습은 꼭 삶을 행복으로 위장해놓은 것 같았다.

결국, 부모님의 품이 있는 밭으로 돌아온 세라 씨.

반쯤 내려놓고 보니 이곳만큼

안락한 안식처가 없었단다.

땀이 주는 성실함과 위로로 새 출발점 앞에 서게 된

세라 씨. 이제는 드넓은 밭에서 그녀만의

특별한 런웨이를 꿈꿔본다.

 

경상남도 거제, 휘날리는 꽃잎들 따라

땅끝마을 거제까지 신혼여행을 자청했다는

자발적 백수, 최한길 이수지 부부.

두 사람이 거제에 온 것은 작년 5월.

각자 사업에서, 회사에서 쓰린 맛을 본 참에

도망 온 인생 여행길이었다.

이왕 넘어진 김에 남들 하는 도시 생활은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았단다.

이대로 백수라 불려도 좋으니 우리만의

방식으로 새 삶을 꾸려나가고 싶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생전 발을

들여본 적도 없는 거제 해변 앞에서

부부는 온 마음을 뺏겨버렸다.

거제 땅에서 맞이하는 부부의 첫봄.

시골은 처음인지라, 아직 마당 앞 나물과도

넘실대는 바닷속 친구들과도 낯선 첫 만남이지만,

이마저도 부부에겐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일 뿐.

용기와 맞바꾼 그들의 푸른 봄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5부. 우도야, 엄마를 부탁해

04월 22일 (금) 밤 9시 30분

 

통영의 작은 섬, 우도 그 섬에

꿀단지 숨겨놓은 것 마냥 날마다

드나들고 있다는 김흥순 씨.

그녀가 섬에 간직하고 있는

봄날의 추억을 향해 떠나본다.

서울로 시집가겠다는 당찬 포부로 흥순 씨는

낭랑 18세에 섬을 떠났다.

차고 넘친다 믿었던 도시의 삶 속에서 잊고

살았던 건 살이 벗겨지도록 뛰놀았던

어느 여름날과 항상 반겨주던 엄마의 품.

세월이 흘러 흥순 씨의 나이가 그 시절 엄마의

계절로 돌아왔을 때는 엄마는 새하얀 어른이

되어 홀로 섬을 지키고 있었다.

웃음도 울음도 잃은 엄마의 곁을 지킬 사람은

이제 흥순 씨뿐. 엄마와 다시 오지 않을

따스한 봄바람을 함께 맞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세상 둘도 없는 친구 상남이와 함께

엄마 손길 가득했던 추억의 맛을

밥상 위에 올려볼 참.

손에 물 한 방울 묻힐 줄 모르던

‘서울 년’ 흥순 씨는 이제 아낌없이 내어주는

바다의 맛에 푹 빠져버렸단다.

겨우내 씩씩하게 자라준 톳과 미역부터

봄볕 맞고 푸르게 피어난 각종 나물에

사무치게 보고팠던 고향에서의 그리움까지 함께

비벼내면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흥순 씨만의 진수성찬 통영 나물밥이다.

 

긴 시간 엄마의 터전이었던, 세월의 친구가

되어주던 섬, 우도. 이곳에서 모녀가 함께

쌓아 올린 특별한 봄날을 함께해본다.

 

기 획 : 정경란

촬 영 : 정석호

구 성 : 문은화

연 출 : 정진권

(㈜ 박앤박 미디어)

 

방송일시 : 2022년 4월 18일 4월 19일 4월 20일

4월 18일 4월 21일 4월 22일 밤 9시 30분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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