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52화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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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할머니>
√ 한번이라도 할머니를 웃게 만들고 싶은 민기
인천시 서구의 한 재래시장. 손자 민기(10세)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조금자 할머니(65세)는
작은 손수레를 끌고 이곳 시장을 찾는다.
시장의 상인들이 모아주는 폐지를 수거하기
위해서인데. 할머니는 작은 손수레를 끌고
하루에 서너 번씩 골목길과 고물상을 오간다.
최근 들어, 눈물도 많아지고 건강까지 부쩍
쇠약해진 할머니. 민기는 그런 할머니가 걱정돼
조금이라도 할머니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
하교 후, 가방을 던져놓고 폐지를 주우러 나선
할머니부터 찾는 민기. 할머니는 민기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친구들이 보면 놀림이라도
받을까 늘 민기를 말려보지만 누굴 닮았는지
그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폐지도
함께 줍고, 수레도 밀어주고, 또 할머니가
힘들어할까 노래도 불러주며 할머니를 웃게
만드는 민기. 할머니를 한 번이라도 더 웃게
만드는 것은 요즘 민기의 최대 관심사다.
√ 할머니가 살아가는 이유
민기가 세 살 무렵 엄마와 이혼을 한 아빠.
이후 민기는 아빠와 단둘이 살았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없었지만 늘 민기를 살뜰히 보살펴주었던
아빠와 인근에 살면서 민기를 챙겨주었던
할머니 덕분에 부족함 없이 보낸 시간이었다.
6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고, 그로부터 다시
3년 후 간암 시술을 받아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 온 할머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도배 일을
다니며 할머니의 생활비까지 책임져왔던 든든한
아들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가 있어
견딜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없는
빈자리까지 살뜰히 챙겨가며 좋은 아빠와
효자 노릇을 해 왔던 아들이었는데,
지난 여름... 아들은 한 통의 유서도 없이
하루아침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청천벽력 같은 날벼락에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할머니. 극심한 스트레스에
1년도 안 된 사이, 이와 머리카락도 모조리
빠지고 말았는데. 그대로 아들을 따라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우는 할머니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손주를 보고는 다시 기운을
차려 보기로 한 할머닌 그날 이후 민기를 키우기
위해 오랫동안 놓았던 폐지 수거일을 다시
시작했다. 수술 등으로 양쪽 팔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보니 남들처럼 큰 수레를 끌기
어렵지만, 할머니는 남겨진 손자를 위해
오늘도 하루하루 이를 악물며 버틴다.
√ 할머니가 슬퍼할까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누르는 민기
민기에겐 더할 나위 없이 다정했던 아빠,
그리고 할머니에겐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났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 할머니. 폐지를 주우며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여 아들 생각을 떨쳐보려
하지만 금방이라도 집에 들어올 거 같은 아들을
생각하면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은
어쩔 도리가 없다. 밥을 먹다가도,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아빠 생각에 눈물 흘리는 할머니를
보는 것이 민기는 마음 아프다. 슬퍼하는
할머니 앞에서 자신은 늘 괜찮다고 얘기하는
민기. 하지만 사실 민기도 아빠가 그리운 건
마찬가지다.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아빠의 기억과
흔적이 묻어있는 아빠의 물건들을 자꾸
꺼내보는데. 그런 민기가 요즘 들어 매일
매만지는 것이 있다. 바로 아빠가 남기고 간
카메라인데.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
너무나 궁금하지만, 작동법을 몰라 오늘도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그냥 내려놓는 민기.
민기는 오늘도 그렇게 아빠에 대한 마음을
꾹꾹 눌러본다.
방송 일시 : 2022년 4월 9일
(토) 오후 6:00 ~ 6: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정택수 / 프로듀서 : 김은주
/ 제작 : 타임 프로덕션
연출 : 정재훈 / 글. 구성 : 윤정아
/ 조연출 : 이해진 / 서브작가 : 황승원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