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639편 미리보기
이렇게 좋은 날에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찰나처럼 지나가 아쉬운 나날들.
그리하여 우리는 매일이 반갑고 설렌다.
봄이 먼저 마중을 오는 남쪽 섬엔
푸르른 쑥이 한창이고,
강원도 태백 오지의 앞마당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조금씩 안겨오는 봄기운에
두근두근 떨리는 맘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새로운 시작을 내딛는 사람들의
가장 좋은 날들을 함께 해본다.
1부. 매일매일 설렘
3월 14일 (월) 밤 9시 30분
우리는 초가에 산다!
전남 순천, 조선 시대 소읍의
아름다움이 멈춰있는 낙안읍성엔
18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초가를 지키고 있는
정혜성 씨 가족이 산다.
겨우내 강추위를 견디다 끊어진 새끼줄을
잇기 위해 초가지붕을 오르고, 지붕에서 떨어진
굼벵이를 들기름에 달달 볶아 먹는다.
봄을 맞아 집 단장을 하는 부부,
막내딸이 다가와 판소리 한 자락 불러주면
그만큼 힘이 되는 응원도 없다고. 이 모든 것들이
초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호사~
초가에서의 즐거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놀러 온 고향 후배와 봄철 배추로 만든 겉절이에
아궁이에 푹 삶은 우거지 감자탕을 먹으며
다가오는 봄을 입으로 듬뿍 느껴본다.
‘낙안(樂安)’이 즐길 낙(樂) 자에
편안할 안(安) 자잖아요.
우리에겐 진짜 즐겁고 편안한 곳이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옛것을 지키며
시골 생활의 재미에 빠진 정혜성 씨 가족의
설렘 가득한 봄맞이 일상을 함께 해 본다.
2부. 행복이 보이나요
3월 15일 (화) 밤 9시 30분
노스님에게 행복을 묻다
순천만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남 순천 금전산 해발 450m.
커다란 암석 사이로 뚫린 바위굴을 지나면
나타나는 암자 ’금강암‘
언제 지어졌는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7년째 수행 중인 대선 스님을 만났다.
지게에 가득 짐을 싣고 큰 암석 산을 오르는 스님.
누가 봐도 천생 지게 도인이건만
한낱 수행자라 말한다. 소박한 스님을 닮은
작은 공양간에서 손 가는 대로 끓인 미역국.
무엇을 넣든 상황에 따라,
마음에 따라 맛이 바뀐다는 스님의 음식.
오늘은 과연 어떤 맛이 날까?
수도가 없어 물이 귀한 이 암자에서
석간수와 빗물을 모아 생활하는 스님.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버린 얼음을 녹여
설거지와 빨래를 한다. 담기는 용기의
모양에 따라 모습을 맞추는 물을 보며
삶의 지혜를 얻는다는 스님의 소소하지만
깊은 깨달음.
자연을 수행처 삼아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대선 스님의 특별한 봄날을 들여다본다.
3부. 내 인생의 봄날은
3월 16일 (수) 밤 9시 30분
은퇴 후 꽃 피운 부부의 봄날
10년 전, 직업군인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전남 강진 땅에 내려와 월출산 아래
제2의 보금자리를 지었다는 김영성 씨 부부.
군대 생활 때문에 22번의 이사를 해야 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여유로움이 가득한
이곳에 몸과 마음을 모두 내려놓았단다.
시골에 내려와 배운 목공 기술로
아내에게 화분을 만들어주고
눈 덮인 텃밭에서 시금치와 당근을
캐내 맛난 봄나물 밥상을 만들어 먹으며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부부.
나중에 이곳으로 귀촌할 자녀들을 위해
과수원을 가꾸는 요즘, 두릅나무를 한가득
품에 안고 과수원으로 향하는데… 한가함과
여유가 공존하는 부부의 봄날을 만끽해본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오늘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다산초당으로 향하는 길목. 고즈넉이 자리 잡은
한옥 한 채에는 20여 년 전 유기농 농사를 짓고자
고향인 전남 강진으로 귀향한 윤정인 씨 부부가 산다.
궁궐에서 짓는 방식으로 지어진 7량 한옥 마당에
자연스레 자라는 야생 갓을 캐내 갓김치를 담그고
대숲에서 자른 대나무로 마당 한가운데
평상을 만드는 부부.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
둘만의 추억을 만드는 중~
직접 우려낸 엿기름과
고두밥으로 지은 식혜를 마시며
매화꽃과 동백꽃을 내려다보는 부부는
단 둘뿐인 이곳에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추웠던 겨울을 지나
인생의 봄날을 맞이한 이들의
낭만 있는 일상을 담아본다.
4부. 우리 집 앞마당에는
3월 17일 (목) 밤 9시 30분
그 섬, 봄 향기에 취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쑥이 난다는
전남 진도의 조도. 한평생을 섬에 살며 바닷일,
농사일 안 해본 것이 없다는
조영래 씨 부부를 만났다.
올해 첫 수확을 위해 이불처럼
덮어놓은 비닐을 걷어내 쑥을 캐내고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갯벌에 잠시 들려
슬금슬금 밖으로 나오는 게도 잡아낸다.
두둑해진 소쿠리를 들고 찾아간
조영래 씨 부부의 작은 촌집엔
남편이 버려진 폐품으로 만든
휘황찬란한 작품들이 즐비해 있는데…
대문 밖에는 푸릇푸릇한 쑥과 넓디넓은 바다가,
대문 안에는 특별한 봄이 깃든 이들의
앞마당엔 오늘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영월 산골짜기에서 찾은 행복
강원 영월, 첩첩산중 산골짜기에
덩그러니 놓인 흙집 하나.
도시에서 바쁘게 살다가 인생 후반전을
자연과 벗 삼기 위해 성명희 씨 부부가
황토와 소나무로 직접 지은 집이다.
시골 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익혔다는
목공과 서각 실력을 뽐내는 아내.
‘여유’ 두 글자를 새겨넣는 그녀의 얼굴에
여유와 낭만이 묻어난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산과 나무뿐인 산속에서
자연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부부.
꽃이 지는 것이 아쉬워 꽃차로 만들어
일 년 내내 꽃을 바라본다는 부부에게
이곳은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는데.
자연을 동경한 부부는 깊은 산골짝 앞마당에서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간다.
5부. 산골에도 봄은 오지요
3월 18일 (금) 밤 9시 30분
매봉산 꼭대기에서 봄을 외치다!
강원 태백 해발 1,300m의 백두대간 매봉산 자락.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오지에 단 한 가구,
이정만 씨 가족이 산다. 16년 전 농사꾼들의
농막을 개조해 터를 잡은 이들은
매년 봄이 다가오면 드넓은 땅에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는단다.
아직 겨울이 자리한 이곳엔
물이 가장 귀하기 때문에 아내가 일하는
시내까지 내려가서 물을 길어오고
사용하고 남은 상자를 싹싹 모아서 불을 피우지만,
함께 눈썰매를 타고 눈싸움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가족.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유유자적 선비 못지않은 생활을 즐기는 남편,
친정어머니가 쓰시던 50년 된 솥으로
맛난 음식 만드는 아내, 고3이라 내년엔
이곳을 떠나야 한다며 아쉬운 마음 가득한 딸 곤지,
그리고 매일매일 달라지는 오지의 공기가
참 좋다는 아들 바우까지. 불편함마저도
즐거움이라는 이들의 오지 라이프!
배추밭의 땅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산꼭대기 오지, 곤지·바우네의 봄을 함께 느껴본다.
방송일시: 3월 14일(월) 3월 15일 3월 16일
3월 17일 3월 18일(금) 밤 9시 30분
기획: 권오민
촬영: 고민석
구성: 문지영
연출: 김지영
((주)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