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404회
<산 넘고 물 건너 학교 가는 길, 길동무 밥상>
재 너머 십 리, 그 옛날 학교 가는 길
도랑치고 고기 잡고, 함께라서 즐거웠던 어린 시절
길동무들이 그리워하는 옛 맛을 찾아간다.
산 넘고 물 건너, 학교 가는 길
■ 다시 열린 영춘초등학교 동창회!
이젠 60대가 된 동창생들이 만드는 운동회 요리
■ 오사리 소개된 곳
-오사리농장 (고추 판매)
연락처 010-5373-1957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 50여 년 전 함께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 한 데 모여 영춘초등학교 동창회를
연다. 한적한 산골 마을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모이니
시끌벅적, 오랜만에 잔치 분위기다. 70년대 학교 가는
길에 도시락 까먹고, 돼지 오줌보로 공차던
초등학생들은 어느덧 머리가 희끗해진 60대가 되었다.
고기 음식이 귀했던 시절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요리했을 정도로 큰 마을 잔치였다는 영춘초등학교
운동회날! 56회 졸업생 최상배(56)씨는 그날을
추억하며 운동회 날 요리를 만든다. 된장을 푼 물에
뒷다리살을 넣고 푹 고아 낸 담백한 돼지된장수육과,
돼지고기육수에 콩가루로 반죽한 면을 넣고 삶은
뜨끈한 돼지콩칼국수, 그리고 조와 찹쌀, 무청이
들어간 시래기찹쌀순대까지. 음식에 얽힌 추억담이
끊이질 않는데...특히 ‘쉰마지기’라 불리는 산꼭대기
집에서 등교했다는 두 여학생 김길자(63),
한영인(62)씨의 멀고 먼 학굣길, 중간학교를 만들어
도시락 까먹던 이야기까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 뭉치면 두려울 게 없던 그들,
꾀 많고 재주 많은 4인방의 유쾌한 민물고기 밥상!
단양군 영춘면 영춘초등학교는 산골 친구, 강변
친구들이 다 모이는 학교. 56회 동창들 중 유난히
강변 추억이 많은 친구들 4명은 평생 친구가 됐다.
영춘면은 남한강의 지류 남천천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비가 오면 강이 불어 지각이나 결석이 다반사였단다.
나룻배를 타야 하는데 강이 불면 발이 묶이기
일쑤였다. 그런 날은 4인방 친구들끼리 재미난 추억을
쌓는 날이었다. 꾀가 많아 친구들에게 ‘맹메기’라
불리는 전종목(64)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개울가에서 맨손으로 민물고기를 잡곤 했다. 행동대장
김원규(66)씨가 개울에 불을 지피면 요리 담당
박달규(54)씨는 갖은 채소를 넣고 매운탕을
끓여냈단다. 산골 마을 늘 배고팠던 아이들에게
민물고기는 보약 같은 밥상이었단다. 꽁꽁 언
개울에서 잡아낸 싱싱한 꺽지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꺽지매운탕, 물고기에 나뭇가지를 끼워
구워낸 민물고기꼬치구이 등 개구쟁이 놀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방과 후 닭서리까지. 뭉치면 두려울게
없던 4인방의 음식에 담긴 이야기는 끝이 없다.
■ 강원도에서 재 넘어 충청도까지. 험난했던 등굣길
- 삼도접경마을 남매 밥상
지금은 폐교가 된 의풍초등학교는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가 만나는 삼도 접경지의 산골학교였다.
의풍초등학교 26회 졸업 김영래(55)씨는 초등학교
시절,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출발해 재 세 개를 넘어
충청도에 있는 학교로 등교해야 했다. 어린 여학생이
등교하기에는 험난한 길, 오빠 김종칠(68)와 함께
다닐때는 든든했다는 영래씨. 멧돼지와 같은 산짐승이
출몰하는 학굣길을 동생들까지 데리고 다녀야
했단다. 8남매 중 첫째 딸인 영래씨는 학교 가는
날이 반 못 가는 날이 반, 그 시절, 집안일은 딸들의 몫,
어린 동생들을 업어 키우느라 반은 학교에 가지
못했단다. 밭일 나간 어머니 대신해 동생들을
배고픔을 달래줬던 영래씨는 열한 살 어린 나이부터
토끼고기만둣국에 토끼고기볶음탕도 만들었다.
이제는 동생들이 그리워하는 영래 언니 표 음식이
됐단다. 산골 오지 마을, 험난했던 등굣길에
서로에게 든든한 길동무가 돼주었던
남매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집안일보다는 학교에 더 가고 싶었던
경예씨의 이야기 - 의풍마을 남매 밥상
■ 의풍리 소개된 곳
-생오미자, 말린오미자, 오미자액, 고사리 판매
전화번호 010-6421-6831
삼도의 접경지에 위치한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 의풍초등학교 8회 졸업생 박경예(70)씨는
어릴 때부터 집안일에 익숙했단다. 경예씨는 손끝이
까매지도록 감자를 몇 가마니씩 놋수저로 긁어내느라
일 년 중 반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가끔 짓궂은
남학생들이 경예씨를 놀리기라도 하면 오빠
박경환(73)씨는 항상 옆에서 여동생을 지켜주었단다.
그런 오빠를 위해 경예씨가 솥뚜껑에 구워주었던
수수노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경환씨가
좋아하는 간식이란다. 들기름에 노릇하게 구워진
뜨끈한 수수노치를 양손에 들고 형제들끼리 서로
뺏어 먹곤 했단다. 여기에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틀에 내려 만드는 올챙이국수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강원도 산골 마을의 별미 음식이다. 집안일보다는
학교에 더 가고 싶었던 그 시절의 여학생,
경예씨의 밥상을 찾아가 본다.
[출처] kbs